또 ‘식물 안보리’… 중·러 반대로 北도발 규탄성명 채택 불발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를 논의하고자 4일(현지 시각)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긴급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추가 대북 제재는 물론 규탄 성명 채택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가 올 들어 회의를 열었지만 결의안이나 추가 제재 등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건 이번이 아홉 번째다. 대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구속력 있는 국제기구인 안보리가 역할을 전혀 못 하면서 사실상 ‘식물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이날 “북한은 안보리 두 상임이사국(중·러)의 전면적 보호를 받고 있다”며 “이 두 나라는 북한의 거듭되는 위반 행위를 정당화하려 뒤로 물러나 있고, 안보리를 조롱했다”고 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도 “북한의 셀 수 없이 많은 도발에 대한 ‘안보리의 침묵’은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더욱 대담하게 할 뿐”이라며 “안보리는 수수방관을 멈추고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유지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북한 주변에서 벌어진 미국의 대립적인 군사행동의 결과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도발이 한미 연례 연합 훈련 때문이라는 취지다.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현 상황에서 안보리는 대립을 완화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이런 중·러 주장에 대해 “북한이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없는 상황에서도 여러 차례 ICBM 발사를 했다. 이것은 두 상임이사국(중·러)이 때때로 언급하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례 연합 훈련 간 ‘양비론’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한·미·일을 포함한 12국은 따로 북한 도발을 규탄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올해 탄도미사일 발사 건수가 과거 어느 해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며 “이는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 위반”이라고 했다. 주요 7국(G7) 외무장관들도 이날 독일 뮌스터에서 회의를 끝낸 뒤 낸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모든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 그리고 다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CVID)을 재차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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