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희망 돼 다행” 생환한 이도, 구해낸 이도 모두가 영웅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갇혔던 광부 2명이 생환했다. 사고 발생 열흘째, 221시간이 지나서였다. 건강도 큰 문제 없다고 한다. 반갑고 고마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동료 부축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갱도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에 온 국민이 환호했다. 구조된 이들은 “내 생환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됐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침착한 대응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사고 직후 이들은 탈출구를 발견하기 위해 괭이로 암벽을 부수면서 스스로 길을 열었다고 한다. 공기가 들어오는 쪽, 물이 흘러나오는 쪽으로 이동하고 갱도 내 파이프를 때리고 소리를 질러 지상에 신호를 보냈다. 갱도 작업용 비닐과 나무로 천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 바람과 추위를 막았다. 밥 대신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먹으면서 버텼다고 한다. 매몰된 장소에 가만히 있지 말고 스스로 위험을 피해 대피 장소를 마련하라는 안전 매뉴얼대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매몰자 중 한 명은 25년 광업 경력의 62세 조장이었다. 몸에 밴 매뉴얼이 생존의 탈출구를 열어주었다.
밖에서의 구조 노력도 평가받을 만하다. 사고 후 구조대는 매몰자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 172m까지 천공 작업을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업체가 보유한 갱도 지도가 22년 전 그대로였기 때문에 천공 위치가 빗나간 것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지하 140m 수직 갱도 아래에서 325m에 달하는 진입로를 확보해 구조에 성공했다. 언제든 추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구조대는 “매몰자가 살아있다는 믿음, 가족의 애타는 심정을 생각하면서 길을 뚫었다”고 했다. 매몰자들은 “길을 내는 기계 소리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두 달 전에도 같은 광산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번에 또 사고가 일어나자 업체 측이 자체 구조를 한다면서 신고를 늦췄다고 한다. 이번 사고 역시 업체의 안전 의식과 대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수사를 통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암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틴 생존자와 포기하지 않고 구조한 소방대, 시추와 탐사를 담당한 육군 장병이 보여준 드라마는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빠진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희망을 전했다. 그들이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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