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김정은의 핵폭탄보다 무서운 0.75의 비밀
지난달 통계청에서 충격적인 통계지표가 발표됐다. 작년 0.81이던 합계출산율이 올해 2/4분기 기준으로 0.75로 더욱 낮아진 것이다. 0.75라는 숫자는 불명예스럽게도 전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1위의 숫자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반만년 역사의 대한민국은 2500년께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나라가 된다.
그러나 인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심각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저출산의 영향은 우리 바로 곁에 다가와 있는데 말이다. 지역소멸, 저소비-저성장-세수 감소의 악순환, 국민연금의 조기 고갈, 지방대학의 정원 미달, 심지어 병력 부족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할 많은 것이 사라질 위기에 빠져 있다. 저출산의 여파는 태풍보다도 지진보다도 심지어 김정은의 핵보다도 더 무서운 실체로 이미 다가와 있다.
반면 그동안 우리의 정책전환은 너무나 늦었고, 관성적이고, 재정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미숙한 대응을 했고,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단언컨대 필자는 국가 지도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제 1순위가 인구문제 정확히 말하면 저출산의 문제라고 확신한다.
우선 이제 출산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국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중요하다. 물론 출산 자체의 결정은 개인의 몫이지만, 긍정적인 결정을 이끄는 요소들은 국가 사회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단순히 출산 및 양육 관련 수당 등 재정지원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출산을 꺼리게 하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 최근 MZ세대들은 소위 DINK족 (Double income, No kids·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임을 공공연히 이야기한다고 한다. MZ세대 젊은이들에 아이를 낳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행동이라는 확신을 주는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출산 및 육아 관련 직장 내 불이익, 여성의 독박육아 등 사회 전반의 구조를 친출산 시스템으로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둘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은 무엇보다도 인식의 변화다. 필요하다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금기시됐던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종교적인 문제, 역사적인 문제 등 사회 인식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는 혼외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 비중은 불과 2%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 그 비중이 5~10% 수준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필요하다면 혼외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꾸어야 하며, 아이에 대한 지원은 동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동안 단일민족국가라는 허상에 부정적이었던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 보아야 하는 시기다.
셋째, 경제적인 문제 즉 일자리 만들기, 주거·주택문제 해결은 출산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전국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지역이 어디일까? 세종시다. 합계출산율이 무려 작년 기준으로 1.28에 이른다. 가장 젊은 지역이기도 하지만, 일자리와 주거가 가까운 직주환경이 구비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0.63에 불과하다. 비싼 주거비용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및 주거·주택의 문제는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통계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지역의 일자리를 늘리는 등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낮은 지역의 발전은 전체 출산율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해외 사례를 보면 출산율을 높인다는 것이 노력을 통해 결코 이루지 못할 일은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과거 출산율이 1.6 수준까지 낮아졌으나, 최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국가·사회의 노력을 통해 1.8 수준까지 상승했다.
윤석열 정부, 아니 대한민국 정부에 제안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고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제대로 낳고 키우는 것은 온 마을을 넘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대한민국의 가장 큰 정책 과제다.
이승철 한국자금중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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