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레인코트와 코언

기자 2022. 11.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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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난번 우리가 당신을 봤을 때 많이 늙어보이더군/ 당신의 그 유명한 푸른 레인코트는 어깨가 해져 있었지/ 당신은 기차역에서 모든 기차를 기다리다가/ 릴리 마릴렌 없이 혼자 집으로 왔더군.”

‘페이머스 블루 레인코트’는 모호하지만 시적인 가사로 듣는 이의 마음을 휘젓는다. 레너드 코언의 모든 노래가 그렇듯이 속삭이는 듯한 중저음의 울림이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11일이면 그가 떠난 지 6주년. 깊은 사색과 통찰로 사랑과 고독, 시회 부조리, 종교와 전쟁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던진 그는 진정한 음유시인이었다.

1971년 발매된 그의 세번째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표면적으로는 삼각관계에 놓인 상대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의 노래다. 코언은 ‘성적 속박에 대한 비난’을 담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놓고 누군가와 줄다리기를 하는 쓰라림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 사상가이기도 했다.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뮤지션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코언이 먼저여야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깊이 있는 노랫말로 유명했다. ‘아임 유어 맨’ ‘할렐루야’ ‘수잔’ 등 수많은 노래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죽기 한 달 전 미국 ‘뉴요커’지와 마지막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할 일은 아직 많지만 (살기 위해)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죽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가을날 저녁, 코언의 노래를 듣다 보면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쓴 그가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올가을에도 그의 후배인 재즈 가수들이 시적 상상력이 가득한 노래를 담은 트리뷰트 앨범을 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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