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노랫말에 담긴 인생을 읽다
이호재 기자 2022. 11.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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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물에 빠져 죽었으니/장차 임을 어이할꼬.'
에세이 '인생의 역사'(난다·사진)를 지난달 31일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46)는 책에서 고대가요 '공무도하가'를 문헌이 아닌 하나의 시로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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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교수 ‘인생의 역사’ 출간
황동규-밥 딜런 등 작품 25편 다뤄
황동규-밥 딜런 등 작품 25편 다뤄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물에 빠져 죽었으니/장차 임을 어이할꼬.’
에세이 ‘인생의 역사’(난다·사진)를 지난달 31일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46)는 책에서 고대가요 ‘공무도하가’를 문헌이 아닌 하나의 시로 읽어낸다.
보통 문헌연구자들은 주인공인 백수광부를 무당으로 보지만 신 교수는 그를 ‘삶이 힘들어 자주 강가에 서 있는 남성’으로 상상한다. 어쩌면 백수광부의 처는 위태로운 남편을 말리러 강가로 달려간 적도 여러 번 있지 않을까. 백수광부의 죽음을 지근거리에서 목도한 뱃사공이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노라 고개를 저으며 처의 애달픈 절규를 노래로 불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 교수는 “수천 년 전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들어본 적 없는 그 먼 노래가 환청처럼 들린다”고 고백한다.
1일 전화 인터뷰를 한 신 교수는 글처럼 말투도 무척 차분했다. 한마디 한마디마다 적확한 표현을 찾으려고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그는 “공무도하가는 현대 예술가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작품이란 점에서 현재성이 풍부한 시”라고 말했다.
“가수 이상은(52)은 노래 ‘공무도하가’를 불렀죠. 작가 김훈(74)은 장편소설 ‘공무도하’(문학동네·2009년)를 썼고요. 진모영 감독(52)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찍었습니다. 공무도하가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감동을 주는 만큼 다시 읽을 필요가 있는 문학이란 뜻인 거죠.”
신 교수는 ‘인생의 역사’에서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시 25편과 이에 얽힌 작품들을 다뤘다. 황동규(84)와 최승자(70), 나희덕(56) 등 국내 시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밥 딜런(81)과 윤상(54) 등 국내외 대중음악가의 노랫말도 시로 해석한다. 일반인에겐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한강(52)의 시를 다루기도 했다.
“한강은 시로 먼저 등단했어요. 사실 소설조차 시적으로 쓰는, 경계가 없는 작가죠. 시집은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2013년) 단 한 권이지만 의미 있는 시를 골라 넣은 시인입니다.”
신 교수는 문학평론가와 에세이스트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2008년 펴낸 문학평론집 ‘몰락의 에티카’(문학동네)는 물론이고 에세이 ‘느낌의 공동체’(문학동네·2011년)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2014년) 등도 인기를 끌며 ‘스타 문학평론가’로 불린다. 이번 신작 역시 출간 일주일 만에 2만 부가 넘게 팔렸다.
“스타란 말이 부끄럽지만 평론가로서 개념을 정리하는 훈련을 받음과 동시에 문학 작품을 읽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문학 작품을 읽은 뒤 이를 개념화하기보단 느낀 감정을 문장으로 쓰는 데 성취감을 느낍니다. 평론가지만 작가적인 색채가 강한 점을 독자들이 인정해주신 게 아닐까 싶네요.”
신 교수는 책에서 “인생은 시처럼 행과 연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학은 그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답변은 역시 무척 담담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외에 거의 모든 시간을 문학작품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사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문학은 그야말로 ‘직업’이죠.”
보통 문헌연구자들은 주인공인 백수광부를 무당으로 보지만 신 교수는 그를 ‘삶이 힘들어 자주 강가에 서 있는 남성’으로 상상한다. 어쩌면 백수광부의 처는 위태로운 남편을 말리러 강가로 달려간 적도 여러 번 있지 않을까. 백수광부의 죽음을 지근거리에서 목도한 뱃사공이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노라 고개를 저으며 처의 애달픈 절규를 노래로 불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 교수는 “수천 년 전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들어본 적 없는 그 먼 노래가 환청처럼 들린다”고 고백한다.
1일 전화 인터뷰를 한 신 교수는 글처럼 말투도 무척 차분했다. 한마디 한마디마다 적확한 표현을 찾으려고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그는 “공무도하가는 현대 예술가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작품이란 점에서 현재성이 풍부한 시”라고 말했다.
“가수 이상은(52)은 노래 ‘공무도하가’를 불렀죠. 작가 김훈(74)은 장편소설 ‘공무도하’(문학동네·2009년)를 썼고요. 진모영 감독(52)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찍었습니다. 공무도하가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감동을 주는 만큼 다시 읽을 필요가 있는 문학이란 뜻인 거죠.”
신 교수는 ‘인생의 역사’에서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시 25편과 이에 얽힌 작품들을 다뤘다. 황동규(84)와 최승자(70), 나희덕(56) 등 국내 시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밥 딜런(81)과 윤상(54) 등 국내외 대중음악가의 노랫말도 시로 해석한다. 일반인에겐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한강(52)의 시를 다루기도 했다.
“한강은 시로 먼저 등단했어요. 사실 소설조차 시적으로 쓰는, 경계가 없는 작가죠. 시집은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2013년) 단 한 권이지만 의미 있는 시를 골라 넣은 시인입니다.”
신 교수는 문학평론가와 에세이스트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2008년 펴낸 문학평론집 ‘몰락의 에티카’(문학동네)는 물론이고 에세이 ‘느낌의 공동체’(문학동네·2011년)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2014년) 등도 인기를 끌며 ‘스타 문학평론가’로 불린다. 이번 신작 역시 출간 일주일 만에 2만 부가 넘게 팔렸다.
“스타란 말이 부끄럽지만 평론가로서 개념을 정리하는 훈련을 받음과 동시에 문학 작품을 읽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문학 작품을 읽은 뒤 이를 개념화하기보단 느낀 감정을 문장으로 쓰는 데 성취감을 느낍니다. 평론가지만 작가적인 색채가 강한 점을 독자들이 인정해주신 게 아닐까 싶네요.”
신 교수는 책에서 “인생은 시처럼 행과 연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학은 그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답변은 역시 무척 담담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외에 거의 모든 시간을 문학작품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사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문학은 그야말로 ‘직업’이죠.”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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