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속보 전쟁과 뒷북 자성은 왜 반복될까

기자 2022. 11.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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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다수의 시민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공적 책임을 다하기를 촉구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우리가 믿었던 공동체의 가치와 이상, 즉 모두가 안전하게 공적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훼손된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적 재난에서 공적 애도가 중요해진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 대한 위로와 부상자의 쾌유를 비는 기원을 건네면서 이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묻고,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공동체적 실천이 필요한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사회적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공적 애도를 위해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짚어볼 수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우리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취재 및 보도 과정에 관한 반성을 통해 재난보도준칙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 초기 보도는 이러한 언론계의 자성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속보를 내보내기 위해 SNS에 공유되는 영상을 활용하면서 희생자와 부상자의 상황을 과도하게 노출하고 현장의 정제되지 않은 영상을 단순히 공유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희생자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와 비하를 보도하면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지난 3일 지적한 바와 같이, 언론은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지만 문제가 있는 영상과 혐오적 발화들을 유포하고 다수의 시선에 닿도록 한 책임은 오히려 언론에 있다. 이는 언론이 디지털 매개 환경에서 제공되는 뉴스의 책임에 대해 무심한 문제와도 관련된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세계의 유포성과 영속성 때문에 한번 언론을 통해 특정한 이미지가 유포된 경우, SNS에서 다른 방식으로 재생산되어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해당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언론사의 책임 회피가 될 뿐 그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되돌릴 수가 없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생산하기만 하는 것이다.

현재 공적 애도를 수행하기 어렵게 하는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데 언론 역시 이에 부응하면서 시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을 보였다. 시민의식의 부재, 생산적이지 않은 유희만 즐기는 MZ 세대, 미디어에 자극을 받아서 유흥과 소비에 몰두하는 청년 여성과 같은 부당한 비난 대상이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주변 상인들 등 시민들이 서로를 살리기 위해 보여준 시민의식이 더 조명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서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 정부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며, 참사 당시의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과 정부의 책임과 책무를 논의하는 것이 언론의 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민을 비난하면서 시민의 유흥이 문제라서 이를 중지시키는 것이 애도라는 식으로 움직이는 정부를 언론이 시민에게 책임을 지우는 보도를 통해 뒷받침해주는 양상이 되고 말았다.

참사 발생 후 나흘이 지난 1일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서 ‘선정적 보도와 혐오표현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는 초기 보도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의 재난 보도에서는 참사 초기 선정적이거나 희생자를 대상화하여 책임 소재를 흐리거나 시민을 비난하는 보도가 양산되고 이후 내부적 자정 움직임이 발생하는 경향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자정의 목소리가 필요하지만 언제나 늦다. 공적 애도를 위한 명확한 책임의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의 책무를 수행하고 ‘속보’의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또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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