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서민 울리는 금융투자稅

이경은 에버그린콘텐츠부 차장 2022. 11.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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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내년에 시행되면 국민 모두가 불편해질 겁니다.”(세무사 A씨)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선 현행 세법상 내년부터 시행될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가 최대 화두다. 금투세는 2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에 도입된 것으로, 주식·채권·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해서 생긴 수익에 세금(20~25%)을 내는 것이 골자다. 국내 주식은 5000만원까지, 해외주식·채권·ELS 등은 250만원까지 비과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당 법안 폐지를 공약했고, 취임 이후 지난 6월 내놓은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시행 시점을 2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뉴스1

금투세는 2900만 경제활동인구의 투자 방정식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다. 그런데 세무 전문가들은 예외 없이 ‘국민 대혼란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첫째, 후진국형 세금 징수 방식 때문이다. 주식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다고 생각하고 여러 계좌로 거래했다간 큰코다친다. 본인이 지정한 1개 기본 계좌를 제외하고 다른 계좌에서 생긴 소득은 1000만원이건, 4000만원이건 무조건 원천징수부터 한다. 국가가 미리 세금을 떼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미리 떼인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국민 각자가 ‘떼어간 세금을 돌려달라’고 1년 후에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매년 5월이면 종합소득세 신고하느라 바쁜데, 금투세 환급 신고까지 따로 해야 한다. 이른바 ‘납세협력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원천징수 방식을 택한 이유, ‘세금을 쉽게 거둬서 빨리 쓰고 싶어서’ 말고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둘째, 불필요한 단타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금투세 시대의 절세팁은 ‘주식 기본공제 5000만원 활용’이다. 선진국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자에게 절세 혜택을 주는데, 한국은 거꾸로 주식을 매년 팔아서 수익을 챙겨야 절세 혜택을 주게 생겼다. 5000만원 비과세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약체인 한국 증시는 매물 시한폭탄을 떠안게 된다.

셋째, 거액 자산가에게 더 유리하다. 금투세가 ‘부자 증세’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소득세율 40%인 억대 연봉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 사람이 사모펀드에 가입해 5000만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내야 할 세금이 총 1480만원(세율 40%)이다. 하지만 금투세 시대에는 오히려 세율이 낮아져서 950만원(세율 20%)으로 줄어든다.

‘신세(新稅)는 악세(惡稅)’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세금이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국민이 받아들이려면, 충분한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국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면 현대판 가렴주구(苛斂誅求)로 실패한다.

지난달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라’는 국민청원에는 단 2주 만에 5만명이 동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거대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이대로면 두 달 뒤 법이 시행되고 만다. 시간이 촉박하다. 여야가 표만 생각하며 다투지 말고 민생을 위해 협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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