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 사랑의 힘
어제와는 또 달라졌어
입동 하루 전에 찬비가 내리고
두꺼운 옷을 내 입고 강을 건널 때
어제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거
끝까지 가야만 처음에 도달한다는 거
분명 어제와는 달라졌어
몸서리쳐지는 도약 아니면 추락일지도 모르지
두려움일까
아픈 기쁨일까
오늘은 어지러운 모습으로 달라졌어
써지지 않던 시가 급습할 것만 같지
이게 다 사랑의 힘인 것도 같고
지금껏 자초한 일들의 숨가쁜
업보인 것도 같고
하지만 더 아파도 좋다는 고독이 찾아왔다는 느낌에
나는 강을 건너고
눈앞은 여전히 황야야
별들이 가득 울고 있는 전율이야
황규관(1968~)
상강과 소설 사이의 입동은 겨울의 시작이다. 겨울나기를 위해 인간은 서둘러 김장을 하고, 산짐승은 굴을 파고 들어간다. 입동 당일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한다. “입동 하루 전에 찬비가 내”렸으니 기온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어제와 달라졌다는 건 계절뿐 아니라 신상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강을 건너는 행위도 변화를 뜻한다. 강을 건너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망설임이나 설렘, 두려움은 없다.
강 건너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므로 “몸서리쳐지는 도약”일 수도, 추락일 수도 있다. “써지지 않던 시가 급습할 것만 같”다는 표현으로 보면, ‘시인의 길’인 듯하다.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건 ‘사랑의 힘’이다. 곁에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실패를 거듭해도 “끝까지” 갈 수 있다. 황야에 홀로 선 듯 외롭고도 고독한 삶을 견딜 수 있다. 더 아파해야 별들이 “울고 있는 전율” 같은 시를 쓸 수 있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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