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는 대표팀 단골메뉴 ‘삑삑이’가 없다, 왜?
한국 축구가 ‘꿈의 무대’라 불리는 월드컵을 준비할 때면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훈련이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셔틀런 테스트다. 호각소리가 울릴 때마다 20m를 반복해 내달리는 이 훈련은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기도 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출신의 레이먼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코치가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 훈련은 축구에 필요한 근지구력과 민첩성, 체력 등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시즌을 마치는 시기가 서로 다른 국내파와 유럽파 선수들의 체력을 한 흐름으로 맞추는 역할도 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체력과 활동량에선 강호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개막이 보름도 남지 않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선 셔틀런 테스트가 사라졌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지난달 28일부터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국내파 위주로 마지막 담금질을 진행 중인데 셔틀런 테스트를 비롯한 별도의 체력 훈련은 없었다.
4년 전 러시아 대회 당시 첫 경기를 13일 남기고 셔틀런 테스트를 단행한 전례가 있지만, 이 훈련이 야기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하락과 상승 주기를 감안할 때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서 별도의 체력 훈련이 사라진 것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벤투 감독이 체력 훈련을 따로 진행하지 않는 것은 첫 겨울 월드컵이 영향을 미쳤다. 여름철에 대회가 열렸던 과거에는 개막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확보돼 체력 훈련을 진행한 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월드컵은 유럽파는 개막 1주일 전 현지에서 합류하고, 국내파만 먼저 훈련하다보니 체력 훈련은커녕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하다.
먼저 소집된 국내파 역시 한 시즌을 치르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국내파 위주로 진행된 이번 소집 훈련에선 10명으로 시작해 15명, 25명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원이 같이 팀 훈련을 소화한 날이 드물었다. 지난 5일 대표팀 훈련 같은 경우는 감기몸살을 앓고 있는 김태환(울산)과 가벼운 부상을 입은 김진수와 김문환(이상 전북)이 팀 훈련에서 제외됐다.
다만 벤투 감독이 체력 훈련을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와 함께 선수들의 컨디션을 추적 관찰하고 있다. 선수들을 소집할 땐 부상을 방지하면서 체력을 끌어올렸고, 소집하지 않을 때는 의무팀과 스포츠사이언티스트들과 협업으로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남다른 선수 관리 스타일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검증될 전망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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