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안정감 vs 긴 주행거리
XC40 리차지, 속도 무관하게 편안
직관적 조작 방식 ‘운전 집중’ 장점
최근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두 단어로 정리하면,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연료 및 부품 교체(엔진오일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캠핑, 차박 등 야외활동에 적합하고, 넓은 적재공간을 갖춘 SUV 역시 대세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국내 시장에 들어온 볼보 XC40의 전기차 모델 ‘XC40 리차지’와 폭스바겐 ID.4를 시승했다. 두 모델은 모두 준중형 크기의 SUV다. 도심 지하주차장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지만,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XC40 리차지…시동 버튼도 사라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3박4일 동안 XC40 리차지를 시승했다. 서울 마포, 여의도, 광화문 등 도심 운행과 서울부터 경기 가평까지 고속도로 주행 등 총 230㎞를 운전했다.
XC40 리차지 운전석에 처음 앉았을 땐 어리둥절했다. 시동 버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XC40 리차지는 차에 탄 채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기어를 ‘D’로만 놓으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린다. 시동이 걸린다는 표현도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전환되는 어떤 소리나 동작이 따로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차가 그냥 나간다. 주차(P)로 전환하고 내리면 시동도 자동으로 꺼진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탈수록 편했다. XC40 리차지는 XC40를 전동화시킨 모델이다. 순수 전기차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보다 어떤 면에선 ‘더 전기차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주행질감은 전기차 같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초반 가속은 전기모터의 특성대로 응답성이 좋다. 가속할 때 전기모터 소리도 일부 느꼈지만 전기차를 탈 때 회생제동이나 이질적인 느낌은 거의 나지 않았다. 일부 전기차들은 보조석이나 뒷좌석은 물론 운전자에게도 울렁거리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XC40는 저속에선 물론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뛰어났다.
XC40 리차지는 듀얼 전기모터를 통해 최고출력 408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67.3㎏·m로 힘이 넘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안정감과 속도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보이는 시야는 안전을 위한 배려로 느껴진다. 바로 위의 신호등은 물론 좌우 그리고 멀리 시야가 확보된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조작 버튼의 느낌도 선명하다. 차선을 밟으면 운전대 진동도 뚜렷하다. 스마트크루즈 모드 이용 시 운전대를 놓으면 경보음이 금세 울린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온 볼보의 철학이 곳곳에 묻어 있다. XC40 리차지에는 다양한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조향 지원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교차로 교통 경고 및 긴급제동 지원, 후방 충돌 경고 및 완화 등이다.
실내는 내연기관 모델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볼보 자동차는 등급에 상관없이 내부 인테리어가 대부분 같다. 전기차 버전인 XC40 리차지도 마찬가지다. 내부 디자인만 보면 XC40와 XC40 리차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시동 버튼이 없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다. 다만 외관은 다르다. 전통적인 XC 라인 모델과는 달리 전면부 그릴에는 프레임을 없앴다. 20인치 전용 휠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전용 타이어도 장착했다. 전통적인 볼보의 외관을 선호한다면 XC40 리차지의 외모를 두고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매우 편리하다. 볼보는 LTE를 5년간 무상 제공한다. 이 통신망을 활용해 티맵과 FLO(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휴대폰과 연결하지 않고 자체로 이용 가능하다. 운전대 계기판에 맵이 표시되기 때문에 별도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볼 필요도 없다. ‘운전에 집중하라’는 볼보의 메시지로 느껴졌다.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은 만족도가 높았다.
6388만원인데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다소 짧다는 점은 아쉽다. XC40 리차지는 최대 충전 시 한 번에 복합 기준 337㎞(도심 363㎞, 고속 306㎞)여서 장거리 여행 때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ID.4, 완충 땐 서울~부산 편도 가능
디스플레이·버튼 최소화 다소 불편
■폭스바겐의 첫 전기차 ID.4
ID.4 프로 트림을 지난달 26일부터 1박2일간 시승했다. 서울 광화문, 공덕, 목동 등 도심에서 약 60㎞를 주행했다.
주행 성능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초반 가속은 도심에서 아쉬움이 없다. 후륜구동인 시승차의 모터 최고출력은 150㎾(204마력), 최대토크는 31.6㎏·m다. 정숙성도 준수했다. 특히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큰 장점이다. 97% 충전 상태에서 주행 가능거리는 483㎞가 나왔다. 부산까지도 편도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보조석 승객은 약간의 울렁거림을 호소했다. 회생제동에 따른 이질감도 일부 느껴졌다.
ID.4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ID.4를 타면 버튼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걸 볼 수 있다. 기어가 위치한 곳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창문을 여는 버튼도 왼쪽과 오른쪽 두 칸만 있다. 대신 ‘REAR(뒤)’ 버튼이 있어 이걸 눌러서 뒷좌석 좌우 창문을 조작할 수 있고, 이 버튼을 끄면 앞좌석 창문을 조작할 수 있다.
기어는 운전석 계기판 오른쪽에 붙어 있다. 처음 시동을 걸고 주행할 때는 불편함이 없다. 다만 후진으로 자주 전환을 해줘야 하는 상황에는 다소 헷갈린다.
계기판 디스플레이 역시 최소화했다. 최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물론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커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반대 방향일 수 있다. 5.3인치 크기다. 제공 정보도 최소화했다. 다만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하자 속도, 길 안내 등의 정보가 담겼다. 작은 디스플레이에도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제공됐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느껴지는 크기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12인치로 작지 않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는 유선 연결만 지원한다.
운전석에 마사지 기능이 있다는 점은 신선했다. 5490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옵션이다. 다만 차내가 정숙하기 때문에 마사지 기능을 켜면 그 소음이 크게 느껴진다. 주행 자체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만, 디스플레이와 곳곳에 생략된 조작 버튼들은 아쉽다. 가성비 전기차를 원한다면 괜찮은 선택지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처벌 가능한가?
- [스경X이슈] ‘흑백요리사’ 출연진, 연이은 사생활 폭로…빚투→여성편력까지
- 윤 “김영선 해줘라”…다른 통화선 명태균 “지 마누라가 ‘오빠, 대통령 자격 있어?’ 그러는
- [단독]“가장 경쟁력 있었다”는 김영선···공관위 관계자 “이런 사람들 의원 되나 생각”
- [단독] ‘응급실 뺑뺑이’ 당한 유족, 정부엔 ‘전화 뺑뺑이’ 당했다
- 윤 대통령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 공천개입 정황 육성…노무현 땐 탄핵소추
- [단독] 윤 대통령 “공관위서 들고 와” 멘트에 윤상현 “나는 들고 간 적 없다” 부인
- [단독]새마을지도자 자녀 100명 ‘소개팅’에 수천만원 예산 편성한 구미시[지자체는 중매 중]
- “선수들 생각, 다르지 않았다”···안세영 손 100% 들어준 문체부, 협회엔 김택규 회장 해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