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발 눈덩이 적자, 허술한 정책도 한몫

박상영 기자 2022. 11. 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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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불 꺼진 정부서울청사 복도. 연합뉴스.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무역수지 적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대책만 내놓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이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실내 온도를 제한하고 샤워 시간까지 제한하는 등 에너지 절약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전력은 전력 소비를 10%만 줄여도 무역적자 폭이 40%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10월까지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전년 대비 716억달러 증가했다. 이는,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356억 달러)의 2배를 넘는 규모다.

공공기관 중심 에너지 절약 대책만 내놓은 정부

에너지 수입 증가로 무역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정부도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18일부터 공공기관 건물 난방온도를 17도로 제한하고 온풍기·전기히터 등 개인 난방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에너지 절감 대책 시행 중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에 한정된 만큼 실제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지난 8월 기준, 공공기관은 농수산업, 광업 종사 기업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전력 소비량이 4091기가와트시(GWh)로 전체 사용량(5만162GWh)의 8.2%에 그쳤다.

기업들이 주로 쓰는 제조업 전력 소비는 45.2%에 달하지만 ‘에너지 효율 혁신 자발적 협약’ 체결 등 자발적인 수요 절감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전 국민이 참여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도 시행 중이지만 체감 효과는 낮다. 정부는 지난 4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에너지 절약 보완방안을 논의했지만 에너지 절약 공익광고 등 홍보 이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도르트문트의 보행자구역에 있는 상점들이 조명을 끈 탓에 거리가 어둑해진 모습. 도르트문트| AFP연합뉴스

반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기며 위기가 현실화된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사용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은 사무실 최고 실내 온도는 최대 19도까지 허용하고 공용 구역인 복도나 로비에서는 난방을 켤 수 없도록 했다. 프랑스도 가정 실내 온도를 19도 이하로 민간 기업에는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사 건물 전력을 아끼라고 권고했다.

전력 소비 10% 줄이면 무역적자 38.7% 감소

덴마크는 세탁물을 건조기 대신 빨래 건조대에 널어 말릴 것을 권고했고, 슬로바키아는 샤워는 2분 내로, 양치 후 헹구는 물은 1컵으로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에너지 절약에 나선 EU는 상반기 전력 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0.51%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은 전력 소비량이 3.98% 증가했다. 7월과 8월에도 각각 전력 소비는 전년 대비 5.6%, 2.5% 각각 늘며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력 소비량을 줄지 않으면 무역적자 규모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 분석 결과, 올해 전기소비량을 10% 줄였다면 LNG 수입액은 620만t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올해 3분기까지 1431억4000만달러였던 에너지 수입액을 1319억5000만달러로 7.8% 줄일 수 있다.

LNG 수입액이 줄어들면서 무역적자 폭도 288억9000만달러에서 177억달러로 38.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에너질 절약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면 외환수요 감소와 외국인 자금유입이 늘어난다”며 “이는 환율 하락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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