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이후…한국 금융사 발행 ‘외화채권’ 급락

박채영 기자 2022. 11. 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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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콜옵션 행사’ 관행 깨지며
한국물에 대한 시장 신뢰 흔들
향후 신규 발행 등 악영향 우려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한국물·Korean Paper)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흥국생명의 액면가 100달러짜리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4일 72.2달러에 거래됐다. 흥국생명이 지난 1일 콜옵션 미행사 공시를 하기 직전인 10월 말 99.7달러였던 것에 비해 30% 가까이 폭락했다.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로 다른 보험사와 은행의 외화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3.4달러에서 지난 4일 52.4달러로 하락했다. 내년 8월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96.6달러에서 이달 3일 88달러로 떨어졌다.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도 10월 말 87.5달러에서 4일 77.8달러로 떨어졌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긴 채권을 말한다. 다만 만기가 길거나 없는 신종자본증권이라도 5년째가 되면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되사들이는 것이 관행이다. 최근까지 금융계 콜옵션 미행사는 금융위기 당시이던 2009년 우리은행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1일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됐던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2017년 11월 발행)에 대해 콜옵션을 미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콜옵션 행사일을 사실상 만기로 여기던 투자자들의 한국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콜옵션 미행사로 시장의 충격은 다른 시기에 비해 그 여파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다른 보험사들도 달러 표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면서 “달러로 발행되는 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이나 외화표시채권 발행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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