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없었던 서울시…경찰도 다산콜센터에 ‘서울시’ 번호 요청했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서울시 용산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돼 있을 것 같은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7시간이 지났을 무렵인 지난달 30일 오전 5시40분,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번호를 물었다. 이 경찰관은 “이 전화가 안 될 경우 서울시 당직 연락처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6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입수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29일 120다산콜센터 민원 신고내역에는 앞선 서울청 경찰관과 다산콜센터 상담사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찰관은 참사 피해자 유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서울시 재난 본부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발 빠르게 이뤄져야 했던 상황에도 경찰은 서울시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다산콜센터에 요청해야 했던 것이다.
참사 당일 다산콜센터 신고 내역에는 참사 발생 이후 서울시의 미흡한 대처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청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를 통보받은 시각은 당일 오후 10시26분이다. 참사 발생 11분 만에 첫 보고를 받은 셈이지만 서울시 산하 기관인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참사 발생 다음날 새벽까지도 시 차원에서의 지침을 받은 바 없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다산콜센터에 압사 사고를 알리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무렵이다. 당일 오후 11시43분 신고자는 “지금 이태원 난리난 상태고, 재난문자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 (이태원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음날 오전 1시3분에도 “이태원에 아직도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것 같은데 왜 재난문자가 없느냐”는 신고 전화가 왔다. 서울시는 참사가 발생한 지 101분이 지난 10월29일 오후 11시56분에야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를 처음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서울 시민들은 다음날 새벽까지도 이 문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자정을 넘긴 시각이 되자 다산콜센터에는 가족의 행방을 찾는 연락이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오전 0시30분 “핼러윈 사고에 대해 알고 싶다. 제 딸이 거기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는 신고에 이어 오전 0시46분 “딸이 연락이 안 된다”, 오전 0시46분 “제 동생이 이태원에 간다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오전 1시31분 “아들이 이태원 간다 했는데 휴대폰 전화를 안 받는다. 위치추적이라도 하고 싶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신고자들은 참사를 총괄하는 대책본부의 연락처와 사상자 신원을 함께 물었다. 다산콜센터 직원들은 ‘죄송하다, 아직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오전 3시를 넘어서자 사망자의 명단을 요구하는 민원도 나왔다. 오전 3시43분 스스로를 ‘이태원에서 사고 난 당사자 부모’라 밝힌 신고자는 “저희는 지금 지방에서 올라가고 있다”며 장례절차를 비롯해 시 차원에서 어떤 식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때도 다산콜센터 차원에서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시 차원에서 마련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 3시43분 서울시 관계자는 사망자의 명단을 묻는 다산콜센터 상담사의 질의에 “명단이 아직 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사가 ‘차후에 사고 당하신 분들 접수하거나 이런 관련 절차도 아직 만들어진 건 없느냐’고 묻자 시 관계자는 “아직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서울시는 사실상 참사 발생 직후 명확한 재난 컨트롤타워를 마련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는 오전 4시37분에 이어 오전 5시6분에도 신고자들에게 “아직까지 저희 쪽에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답했다.
용혜인 의원은 “서울시는 지금껏 사고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수립해 바로 대응한 것처럼 얘기해왔는데, 녹취록을 직접 살펴보니 참사 다음날 6시까지 실종자 신고를 어디로 받을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며 “참사 수습이 한창인 새벽 5시가 넘어 경찰이 서울시 재난대책본부 연락처를 120다산콜센터에 문의하는 등 재난 공조체계 자체가 무너져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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