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바닥난 중기, 빌려만 주면…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차입
중기 99.6%, 고금리 ‘무대책’…신규 대출 금리 5%대, 잔액 1000조 육박
대기업도 차입금 줄이기 나서, 투자·M&A 자금등 보유 현금 모아 집행
자동차 업계 운영 자금보다 수요 위축 더 걱정…할부 금리 인상에 촉각
충남의 기계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얼마 전 만기가 도래한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한 국책 은행을 찾았다. 은행에서는 “신용이 좋지 않다”며 최고 이율 적용과 원금 일부 상환을 조건으로 달았다. A씨는 “자금 상황이 안 좋은 때라 은행에서 요구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책 은행에서까지 그렇게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 대기업도 차입금 줄이고 현금 위주 경영
고물가·고환율에 고금리까지 더해지면서 산업계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돈이 필요하지만, 자금 조달은 쉽지 않고 대출 이자마저 크게 높아져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500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9.6%가 고금리 상황에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응책이 있다는 응답은 0.4%에 그쳤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금리 인상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금고가 바닥을 보이자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중소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계속 늘어 지난 9월 기준 948조2000억원에 달했다. 신규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중 40%는 5%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소기업 대출의 90%는 금리가 3%가 채 되지 않았다.
대기업도 보수적으로 자금을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채가 아닌 금융권(은행) 차입으로 자금을 유치한 해외 독립법인의 경우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가 우려돼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등 대응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 개발 등에 막대한 자금을 붓기로 한 포스코그룹은 최대한 보유 현금 위주로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지난달 24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도 현금을 4조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며 “내년 투자도 보유 현금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자체 조달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기준 변동금리 차입금이 4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달러가 아니라 엔화나 유로화를 기반으로 고정금리 방식의 차입을 추진해 위험부담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 침제로 수요 위축 우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대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예금과 차입금을 함께 보유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리스크를 줄였다”면서 “정작 우리가 걱정하는 건 물가는 안 내려가고 금리는 높아지면서 수요 위축이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할부 금리 인상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할부 금리는 자동차 구매의 주요 변수다. 가격이 비싼 차량의 특성상 할부 구매가 대다수인데, 금리가 크게 인상될 경우 소비자들이 구매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과 강원 레고랜드 건(채무불이행 선언 및 철회)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어서 캐피털사의 자금들이 꽁꽁 묶여 있고, 이로 인해 각 사가 할부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고객들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상범·김은성·박순봉·이재덕·정유미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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