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구하기 위해…‘평균연령 68세’ 광산 구조대도 221시간 함께 싸웠다
거대 암석 깨고 나르고 고된 작업 묵묵히…‘기적 생환’ 공신
“정하(고립된 노동자) 가족이 위(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다. (가족이) 매일 눈물로 지새우고 있는데 우리가 정하 찾아서 땅 위로 데리고 나가야 하지 않겠나.”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 당시 직접 구조작업을 펼친 박한식 부장은 6일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힘든 구조작업에 참여한 광부들을 어떻게 격려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벌어진 ‘기적의 생환’에는 동료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24시간 구조활동을 벌인 그들의 동료가 있었다. 그야말로 ‘기적의 생환’ 숨은 공신들이다.
구조대는 7명씩 4개조 28명으로 구성됐다. 박 부장과 대원들은 지난달 26일 붕괴사고 직후부터 매일 6시간씩 교대하며 24시간 구조활동을 벌였다. 평균연령 68살이지만, 이들은 경력 20년 경력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광업 특성상 숙련공이 구조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구조대는 거대한 암석을 깨고, 부서진 암석을 광차에 실어 나르는 고된 구조작업이 열흘씩이나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털어놓지 않았다고 한다.
구조작업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사고 직후에는 2~3일이면 구조가 가능했을 것으로 여겼지만 그다지 구조작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암석을 깨면서 진입로를 확보하면 곧이어 갱도가 무너져 다시 진입로를 막았다. 5m를 뚫으면 2m씩 무너져 내렸다.
박 부장은 “뚫어놓은 진입로가 다시 무너져 내릴 때마다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며 “무너진 갱도를 보며 (동료들이) 주저앉아 허탈해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암석을 들어냈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사고 5일째에서야 입구 45m 구간을 뚫었다. 이 구간은 집채만 한 대형암석이 가로막고 있는 구간이었다. 다음 구간부터는 암석의 강도가 약한 석회암 재질이어서 구조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예상을 빗나갔다. 갱도 안에서 수시로 길을 가로막는 암석 더미는 그들의 바쁜 발걸음을 끈질기게 붙잡았다.
더디기만 했던 복구 작업은 사고 8일째인 지난 2일 희망을 보는 듯했다. 복구 작업 구간 가운데 일부가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건재했다.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립 노동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145m까지 갱도를 하루 만에 돌파했다. 그런데 그들의 앞에는 또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길을 막았다. 절망감이 찾아온 그때, 지금까지는 폐쇄 갱도라고 여겼던 또 다른 진입로가 발견됐다. 광차 운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도 좋았다.
갱도의 상태가 좋아지자 구조작업 투입 인력도 크게 늘었다. 다른 광산의 광부들과 광해광업공단의 베테랑 광부들도 속속 현장에 도착해 팔을 걷었다. 구조활동에 참여한 광산관계자만 총 218명이다.
구조대는 새로 발견한 진입로에서 연결 통로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고, 결국 지난 4일 고립 노동자를 가족의 품에 안겨줄 수 있었다. 221시간을 갇혀 있던 광부 박정하씨(62), 그와 함께 고립된 또 다른 박씨(56)는 박 부장을 보자 눈물을 왈칵 쏟으며 “부장 왜 이제 왔냐”고 가슴을 쳤다고 한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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