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만든 ‘골목 안전대책’…서울시, 이태원엔 적용 안 해
작년 ‘개선 보고서’도 미반영…시 “사고 도로, 신축 시 8m로”
서울시가 지난 1월 이태원로 일대 도시계획을 세우면서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곳의 방재안전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20년 서울시가 도시계획 매뉴얼로 방재안전계획 항목을 신설하며 ‘건물 간 협소한 이격거리’ 등의 예방대책을 세우도록 했는데, 이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6일 고시한 ‘도시관리계획(이태원로 주변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 고시’를 보면 서울시 방재안전계획에는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119-3, 119-6번지 일대의 안전사고 예방대책이 없었다.
이는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20년 5월 전면 개정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방재안전계획 항목을 신설했다. 방재안전계획이 규정한 재난에는 사회재난도 포함돼 있다. 사회재난 예방을 위해 “화재 시 협소한 도로로 이뤄져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구역, 건물 간 이격거리가 협소한 구조로 돼 있는 등 화재 취약 지역의 예방대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태원동 119-3, 119-6번지의 도로 폭은 3.2m로 소방도로 요건인 폭 4m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예방대책이 세워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사 현장 인근은 17개 건축물 중 8개가 불법 증축돼 있다. 서울시는 당시 ‘획지 및 건축물에 관한 결정(변경)도’에서 해당 골목의 폭을 건축법상 기준에 미달하는 3.5m로 표기했다.
참사 이전에 서울시내 도로 폭이 4m 미만인 도로의 안전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서울시 생활도로 관리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서울 전체 도로 중 폭 12m 미만은 연장기준 76.8%에 달하고, 그중 폭 4m 미만은 24.0%다.
서울연구원은 “생활도로에 대해 우선 대처해야 할 위험요소는 소방도로 요건(폭 4m 이상)이 확보되지 못한 도로의 신속한 재난·사고 대응의 어려움, 경사지 도로의 안전사고 등”이라며 “생활도로 환경개선 사항을 계획 내용에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부서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시 안전총괄실에 제출됐지만 이태원로 도시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현재 ‘이태원 지구단위계획’에는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사고 도로 폭을 3.5m에서 8m로 확대하는 계획이 수립됐다”며 “다만 이는 민간건축물의 신축 시 반영 가능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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