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사고 우려 보고서’ 참사 후 삭제 정황…특수본, 용산서 정보과장 증거인멸 혐의 수사
특수본 총경급 포함 13명 추가 투입 보강…총 514명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가 참사 발생 후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참사 당일 경찰의 사전 준비와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의도적으로 보고서를 없애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수본은 핼러윈 인파 사고 우려 문건을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참사 발생 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과장 등을 직권남용 및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용산서 정보과 직원은 지난달 초와 26일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용산서 정보과 간부들을 거쳐 서울경찰청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보고서 삭제를 용산서 정보과장이 주도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보과장을 비롯해 일부 계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보고서는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이후 경찰 내부망에서 삭제된 상태다.
용산서 정보과장은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근거로 해당 자료에 대한 법정 보관 기한이 지나 정보관들에게 삭제를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정보보고서는 수집·작성한 정보가 그 목적이 달성돼 불필요하게 됐을 때 지체 없이 그 정보를 폐기하도록 돼 있다.
특수본은 지난 2일 핼러윈 참사 대응과 관련해 용산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정보과에서 생산한 문건이 내부망에 등록됐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용산서 정보과장과 같은 과 계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피혐의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삭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용산서 관계자는 “ ‘핼러윈으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청에서도 볼 수 있는 내부망에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며 “규정대로 보고서 관리를 하기 위해 보관 기한이 지난 모든 자료를 없애라고 정보관들에게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부망에 올라간 보고서들은 (보관) 기한이 지나 삭제됐지만 오프라인상에 남아 있던 보고서는 모두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수본에 박찬우 경찰청 범죄정보과장(총경) 등 13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수사인력을 보강했다고 이날 밝혔다. 박 총경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1개 팀 6명 등의 수사인력이 합류하고 김동욱 서울 노원경찰서장(총경)이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특수본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인 점을 고려해 수사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수사의 신속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번 충원으로 전체 514명의 대규모 수사조직이 됐다. 본부장은 경남 창원중부서장인 손제한 경무관이 맡고 있다. 특수본은 본부장이 상급자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해 수사 결과만 보고하기로 하는 등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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