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42분전 인파 분산하고도 정작 참사는 29분 후에야 파악?

이호준 2022. 11. 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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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가 애도 기간은 어제(5일)로 마무리됐지만, 시민들의 추모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사 당일의 문제점 가운데 새로운 내용들도 연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오늘(6일)도 경찰의 문제점부터 짚어봅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는 마약 단속 형사들이 쉰 명 배치됐습니다.

경찰이 안전 관리보다는 마약 적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사가 일어나기 40분 전에, 마약 단속을 하던 형사들 가운데 한 개 팀이, 몰린 인파를 분산하는 업무로 전환됐습니다.

경찰도 이대로 가다가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인지했던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쳤고, 잇따른 후속 조치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호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참사가 일어나기 약 3시간 전 촬영된 이태원 모습입니다.

지하철역 출입구는 물론 참사 현장인 해밀톤 호텔 골목은 이미 인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때 이태원엔 형사 5명이 1개 팀을 이뤄 모두 10개 팀, 50명이 투입돼 있었습니다.

참사 현장 인근 이태원로와 세계음식문화거리, 이태원파출소 부근 등에서 마약 단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1개 팀이 참사 발생 42분 전인 밤 9시 33분부터 인파 분산에 나섭니다.

경찰 기동차량이 이태원파출소 앞에서 해밀톤 호텔 앞으로 이동했고, 경광등을 켜고, 인파 분산 방송을 했다는 겁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태원파출소에 있던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이태원역 출구 쪽이 번잡하다'고 판단해 1개 팀을 이동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형사팀은 위험한 현장 상황을 파악했을텐데 상부에 지원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나머지 9개 팀은 모두 참사 현장에 도보로 접근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 형사들은 밤 10시 44분에야 참사 사실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참사 발생 29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밤 10시 37분쯤 현장에 출동한 용산서 강력팀이 현장이 위급하다며 다시 보고한 뒤에야 마약 단속 형사들이 투입된 겁니다.

하지만 당일 용산서 상황보고서를 보면 용산경찰서장은 이미 밤 10시 18분,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전원 투입해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서장 지시가 전달이 안 된 셈인데,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형사들이 마약 단속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을 '가용' 즉 쓸 수 있는 인력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현장에 경찰 기동대가 도착한 것은 참사 1시간 20여 분이 지난 밤 11시 40분쯤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김현갑

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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