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도 책임 규명도 멈추지 않은 시민들
6일 이태원 1번 출구 등 추모 행렬
“수습 미흡” “책임 외면” 정부 비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지난 5일 밤 12시까지 선포된 국가애도기간은 종료됐지만 애도와 추모의 마음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참사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대 또래들부터 부모뻘인 50~60대 등 남녀노소가 국가애도기간 종료 이튿날인 6일에도 전국 각지에 남아 있는 분향소로 향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향해서는 비통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안타까워하면서도 사태 수습에 미진한 정부에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태원 참사 현장과 가까운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2시 10여명이 조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백발 노인부터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까지 국화꽃 앞에 고개를 숙였다.
경기 이천시에 거주하는 최모씨(63)는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오래 지나지 않아 또 청년들이 희생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조문을 마친 최씨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장소로 이동했다.
정부를 향한 분노를 거침없이 표출하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방미현씨(40)는 “리더들이 앞장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용산구청장은 ‘축제가 아니고 현상’이라고 말하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농담을 던지는 등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노연주씨(32)는 “(정부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사과를 했으면 이 정도로 분노가 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사과를 안 하는 것이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합동분향소 공식 운영이 끝난 지난 5일 오후 10시까지 서울광장과 25개 자치구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11만7619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저녁에는 서울 도심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수원, 춘천, 군산, 제주 등지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한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손팻말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시청역 일대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던 이용신씨(55)는 “세월호에 이어 또다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안전을 간과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에 분노와 답답함을 느껴 길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김세훈·강연주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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