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지휘부, 대통령실 인근 집회 후 퇴근…소집에 3시간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서울경찰청 지휘부와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에만 집중하고 핼러윈 축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이태원 일대의 극심한 교통 정체에도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 김광호 서울청장을 비롯한 서울청 지휘부도 대통령실 집회가 종료되자 모두 귀가했다가 뒤늦게 상황 파악 후 다시 출근했다.
6일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9시47분 용산서 근처의 한 설렁탕집에서 관용차를 타고 핼러윈 축제가 열린 이태원을 향해 출발했다.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 무렵 핼러윈 축제 장소와 700m 떨어진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차량 정체로 직선도로 진입이 어렵자 경리단길, 하얏트호텔, 보광동 등을 우회해 해밀톤호텔 쪽으로 진입하려 했다. 녹사평역에서 하차해 걸어갔다면 약 12분 후 참사 현장에 도착해 신속 대응할 수 있었다.
이후 오후 10시55분에서 11시1분 사이 이태원파출소 근처인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했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엔틱가구거리까지는 직선거리 900m 정도다. 이 전 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해 무려 55분 이상 소요된 것이다. 도착이 지연된 사이 이태원역 1번 출구와 인접한 골목에서는 압사자가 속출하는 등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한 이 전 서장은 더 이상 차량 진입은 어렵다고 판단해 이태원파출소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다. 소방에 사상자 신고가 접수된 시점으로부터 무려 50분이나 지난 오후 11시5분 현장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용산서 상황보고서에는 그가 오후 10시20분 현장에 도착해 지휘하기 시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주요 간부들은 사고 발생 약 3시간이 지난 뒤에야 청사로 출근했다. 김 청장은 오후 11시34분 걸려온 이 전 서장의 전화를 세 차례 연속 받지 못했다. 김 청장이 참사 현장을 찾은 것은 30일 0시25분으로 사고 발생 2시간10분 뒤였다. 김 청장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시2분 청사로 출근해 도심 집회 상황 관리를 지휘했다.
공공안전차장은 주요 집회 상황을 살펴본 뒤 오후 8시44분 퇴근했다가 이튿날 오전 1시25분 서울청으로 출근했다. 경비부장은 집회 종료 직후인 오후 8시56분 청사를 빠져나가 이튿날 오전 1시28분 다시 나왔다. 경찰 기동대 운영 등을 총괄하는 두 간부가 대통령실 인근 집회 등이 마무리되자마자 곧장 퇴근길에 오른 것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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