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행복 호르몬 줄이는 직접 원인 (연구)
오랜 세월 우울증과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사이에 연관성이 의심돼 왔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직접적 증거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세로토닌 반응 감소가 일어난다는 것을 살아있는 우울증환자의 뇌 스캔을 통해 발견한 것. 최근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에 발표된 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ICL)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의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세로토닌 가설은 세로토닌 결핍이 우울증에 관여할 수 있다는 사후의 뇌와 혈액 샘플의 증거에서 비롯했다. 이 가설은 항우울제인 프로작과 졸로푸트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어떻게 효과적인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생물학적 설명을 제공한다.
그러나 세로토닌 분비 이상이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게다가 올해 7월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발표된 유니버시티칼리리런던대(UCL) 연구진의 리뷰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것이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다.
ICL 연구진은 우울증을 가진 17명의 환자와 20명의 건강한 지원자의 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세로토닌이 뇌의 특정 수용체와 결합하는지를 보기 위해 방사성추적기를 다는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실시했다. 그리고 나서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는 암페타민을 투여한 뒤 다시 PET을 실시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세로토닌 반응 감소가 관찰됐다는 것.
연구진의 한 명인 ICL의 올리버 하우스 교수(정신의학)는 "사람들은 60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지만 모두 간접적 수단에 기초한 것이었는데 우리의 연구는 최초의 직접적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이러한 전달 물질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거기에 피펫을 넣고 샘플을 채취할 수 없기에 가장 근접한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로토닌 가설에 무게를 실어줄 뿐 아니라 왜 SSRI 약물이 약 10%~30%의 환자를 돕지 못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새로운 뇌 영상기술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를 검토한 옥스퍼드대의 캐서린 하머 교수는 모든 우울증이 낮은 세로토닌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세로토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일치한다"면서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했다.
회의적 반응도 나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에이코 프리드 교수(임상심리학)는 그 결과가 통계적으로 강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자들이 도출한 결론은 제시된 증거와 비례하지 않는다"며 "통계 분석이 일관성이 없으며 세로토닌 우울증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립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리뷰를 이끌었던 UCL의 조안나 모크리에프 교수(정신의학)는 이번 연구결과로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연구의 규모가 작으며 세로토닌을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라 대용물을 측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세로토닌 이상이 우울증의 근저에 있는 원인이나 기전이라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우스 교수는 이번 시험이 되풀이됐을 때 같은 결과를 도출해야 하며 세로토닌의 차이가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우울증으로 인해 세로토닌 반응감소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우울증 치료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biologicalpsychiatryjournal.com/article/S0006-3223(22)01704-8/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