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장 '차', 서울청장 '집', 경찰청장 '지방'… 참사 키운 "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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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 '3인방'의 구체적 행적이 모두 공개됐다.
현장 책임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은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 참사 현장에 1시간여 늦게 도착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집에서 머물다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난 뒤 관련 내용을 처음 인지했다.
한 총경급 경찰관은 "관용차량 안에는 무전기가 있어 실시간 상황 보고가 가능하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차량 대기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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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장, 집회 관리 뒤 수면 중 첫 보고받아
경찰청장, 사고 발생 뒤 지방 캠핑장서 취침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 ‘3인방’의 구체적 행적이 모두 공개됐다. 현장 책임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은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 참사 현장에 1시간여 늦게 도착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집에서 머물다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난 뒤 관련 내용을 처음 인지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참사 당일 지방에 있다가 2시간 후 첫 보고를 받았다. 어느 누구도 신속하게 현장 상황에 대응하고, 경찰력을 지휘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용산서장, 길 막힌다고 차에서 1시간 대기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총경은 지난달 29일 집회 관리를 마친 후 오후 9시 24분 용산서 인근 한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식사를 했다. 6분 뒤 ‘이태원 일대 인파가 몰려 위험하다’는 첫 보고를 받은 그는 오후 9시 47분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10분 후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했지만, 차량 정체로 이태원 진입이 쉽지 않았다. 이에 경리단길로 돌아가는 등 우회로를 찾다가 오후 11시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서 하차한 뒤 도보로 5분간 350m가량을 이동해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는 게 감찰팀 결론이다.
“어쩔 수 없이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건데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무엇보다 그가 왜 차량 이동을 고집했느냐는 점이다. 이 총경은 이태원역과 700m 떨어진 녹사평역 인근에 오후 9시 57분 도착했다. 이때 즉시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면 10분이면 사고 현장에 당도할 수 있었다. 압사 첫 신고가 접수되기 전이다. 하지만 그는 차량에서 계속 머물다 1시간을 낭비했다. 이 총경은 감찰팀 조사에서 “(차량 안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 시간(오후 9시 57분~11시) △압사 신고(오후 10시 15분)가 들어왔고, △마약 단속을 위해 출동한 용산서 강력6팀이 사고 현장에 출동(오후 10시 37분)할 정도로 이미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한 총경급 경찰관은 “관용차량 안에는 무전기가 있어 실시간 상황 보고가 가능하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차량 대기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아래 단계에서 허위 보고를 했는지, 아니면 보고가 이뤄졌는데 이 총경이 묵살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청장·경찰청장은 "취침 중"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김 서울청장의 대응도 한참 늦었다. 서울청이 공개한 당일 김 청장 동선을 보면, 그는 지난달 29일 낮 출근해 집회ㆍ시위 관리를 한 뒤 지하철을 타고 오후 9시 20분쯤 자택 인근인 서울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 내렸다. 이후 취침하다 오후 11시 36분 첫 상황 보고를 받고 8분 후 서울청 경비과장에게 가용부대 급파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참사 발생 90여 분이 지나 수십 명의 심정지 환자가 나온 상황이었다.
윤 청장은 아예 날을 넘겨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그는 참사 당일 지인들과 등산을 갔다가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을 찾았다. 저녁을 먹은 뒤 오후 11시쯤 잠이 들었는데, 이미 사고 발생 45분이 지난 때였지만 참모나 서울청 등 어느 곳도 보고하지 않았다. 오후 11시 32분에서야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이태원 일대에서 인명 사상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첫 문자를 보냈으나 취침 중이라 확인하지 못했고, 이튿날 0시 14분 상황담당관과 통화가 이뤄졌다. 치안 총책임자의 지시가 사고 2시간 여가 지난 30일 0시 19분 처음 나올 정도로 경찰은 지휘보고 체계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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