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넋 어루만지듯… ‘위로의 선율’ 선사
예정 없었던 ‘G선상의 아리아’ 선물
‘이태원 참사’ 추모 위해 1분 묵념도
‘파르지팔’ ‘죽음과 변용’ 잇달아 연주
2부선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선봬
벨저뫼스트 지휘… 빈필 사운드 압권
앙코르 ‘빈의 왈츠’도 관객 심금 울려
당초 프로그램에 없었지만 빈필이 특별 추모곡으로 연주한 ‘G선상의 아리아’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듯 애잔한 선율로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연주가 끝난 뒤 숙연한 분위기 속에 단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자와 함께 1분가량 묵념을 올렸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도 동참했다.
자리를 정돈한 빈필은 바로 제1부 프로그램인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 독일)의 ‘파르지팔’ 전주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독일)의 ‘죽음과 변용’을 잇달아 연주했다. 7년 간격으로 지어진 두 곡은 공교롭게도 주제가 죽음과 연관되고 장엄해 추모 연주회처럼 느껴졌다. 바그너 최후의 음악극인 ‘파르지팔’(1882년 작곡)은 최후의 만찬에 사용된 ‘성배’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찔렀던 ‘성창’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순수한 바보 같았던 파르지팔이 모든 유혹을 떨쳐내고 ‘성창’을 되찾아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다는 구원의 이야기다. 슈트라우스의 걸작 중 하나인 ‘죽음과 변용’(1889년 작곡)은 25살이던 그가 훗날 찾아올 죽음의 모습과 이후 변용된 삶을 상상해 그려낸 교향시다.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의 고통과 두려움, 살고자 하는 의지 등이 소용돌이치다가 마침내 그의 영혼이 천국의 안식처로 향하는 아름다운 여정이 펼쳐진다.
오스트리아 지휘 거장 벨저뫼스트는 두 곡이 하나인 것처럼 ‘파르지팔’ 연주 뒤 지휘봉을 내리지 않고 곧장 ‘죽음과 변용’을 들려줬다. 마치 바그너와 슈트라우스가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듯 빈필은 깊고 매끄러운 선율을 선사했다.
2부에 연주된 드보르자크(1841∼1904, 체코)의 명작 교향곡 8번에서도 고품격 ‘빈필 사운드’가 돋보였다. 빈필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드보르자크의 예술세계를 정교하게 세공해 건넸다.
이는 벨저뫼스트의 빼어난 지휘력과 함께 고국 불가리아에서 ‘국민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빈필 최초의 여성 악장 알베나 다나일로바를 비롯해 ‘33년차 첼로 수석’ 하랄트 뮐러, 클라리넷 수석 다니엘 오텐자머, ‘빈 호른’ 수석 롤란트 야네직 등 빈필 단원 개개인의 탁월한 음악성이 받쳐준 덕분이다. 단원들은 단순히 연주력과 기교만 뛰어난 게 아니라 곡 전체 구조와 작곡가의 의도를 간파한 뒤 입체적으로 해석한 음악을 완벽한 하모니로 들려줬다. 언제 어디서건 빈필 연주를 마주한 청중은 눈과 귀가 즐겁고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축구로 치면,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등 포지션별 세계 톱클래스 프로선수들이 모인 축구팀이 완벽한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창의적 플레이를 하는 ‘아트 사커(예술 축구)’를 보는 맛이랄까.
빈필은 앙코르로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 오스트리아)의 동생인 요제프 슈트라우스(1827∼1870)가 작곡한 ’자이쎌른 왈츠‘를 들려줬다. 그 전에 이례적으로 마이크를 잡은 벨저뫼스트가 “빈의 왈츠는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가벼운 음악이 아니라 빈의 영혼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빈의 영혼을 여러분께(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민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설명했다. 국가적 애도 기간에 춤곡을 연주하는 것에 신경이 쓰여 양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빈의 왈츠는 정말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정신을 맑게 할 만큼 밝고 우아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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