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물 끓이며 저녁밥 먹자 했죠”…광부가 직접 말한 생환

배유미 2022. 11. 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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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산에 매몰됐다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자 두 분, 병원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았습니다.

어제는 돌아오신 것만도 고마워 차마 묻지 못 했지만 그 깊은 광산에서 어떻게 견뎠을까.

천막은 어떻게 치고 불을 어찌 붙였을까 커피믹스는 어찌 드셨을까, 궁금한 것도 많았지요.

의료진 지침을 지켜서요.

전화로 직접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배유미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 205미터에서 아연을 채굴하던 중 박정하 씨는 등 뒤에서 벼락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박정하/ 생환 광부]
"벼락치는 소리가 나면서 우르르 쾅쾅 쏟아지고 붕괴가 되는 거에요. 한 2시간 정도 그렇게 쏟아지더라고. 내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 자체가 없어져버린 거죠."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자 말로만 전해듣던 폐갱도를 찾아나서기도 하고 흙을 파보기도 했습니다.

[박정하/ 생환 광부]
"괭이 2개를 가지고 가다보니까 막힌 곳이 있더라고. 한 10미터 정도를 우리가 파고 들어갔어요. 3일 동안"

갇혀있던 9일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추위와의 싸움이었습니다.

평소 갱도에 떨어지는 물을 피하기 위해 쓰던 비닐을 가져다가 움막을 만들었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저 안쪽에 버려진 비닐이 있더라고요. (쓰다가 버린 건가 보네요) 그래서 이제 그것도 갖다가 바람막이도 할 겸 칭칭 다 감아둔거죠.그거 없었으면 우리 못 견뎌냈죠. 추워서, 추워서 못 있죠."

작업용 나무를 젖은 옷을 말리던 석쇠 위에 올려두고 산소 절단기로 불도 붙였습니다.

휴식 시간에 마시려 챙겨둔 믹스 커피 30개가 유일한 식량이었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전기가 나가니까 커피포트 사용을 못하잖아. 플라스틱 부분을 다 떼어내고 스테인리스에 있는 금속부분만 가지고 모닥불에다 물 끓여서 다 먹었죠. 첫날에는 빨리 끝날 줄 알고 2개 타 먹었어요. 두 개를 한 번에. 저녁밥 먹자 그러고 먹었죠. "

기운이 빠져가던 그들을 위로한 것은 멀리서 들려오는 발파 소리였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지난달) 31일서부터 발파 소리가 아주 약하게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막 위에서 이제 등을 켜고서는 막 흔들어보기도 하고 소리 질러보기도 하고 하는데."

꿋꿋이 버텼지만 희망도 꺼지는 듯했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모든 게 다 떨어진 거에요. 땔감 나무도 몇 토막 안남았고, 우리가 사용한 산소, LPG 그건 진작 떨어져서 없었고, 나중에는 라이터 가스까지 없어지더라고. "

이때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형님하면서 막 뛰어오는데 서로 막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그때 막 그 자리에서 물에 털썩 주저 앉아가지고. 꺼져가는 촛불이 그냥 한 번에 팍 다시 되살아난 그런 느낌이었는데. "

박 씨와 동료는 현재 안대를 벗고 식사를 할 만큼 회복됐습니다.

어둠 속 221시간의 사투 끝에 무사 생환한 박 씨는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박정하/ 생환 광부]
"현재 일하고 있는 광부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내 지금 마음 속으로 그렇게 바라고. "

채널A 뉴스 배유미입니다.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유하영

배유미 기자 yu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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