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외신보다 피해자 많은 한국 언론과 왜 회견안하나"
김준우 변호사 "외국 보다 우리나라 피해자가 더 많은데 적극 소통 의지 없어"
대통령 총리 서울경찰청장 용산서장 구청장 등 고위책임자들 기자회견 한번 안해
행안부 차관 "이 질문 다 소화해야 해요" 황당 답변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태원 참사 외신 기자회견에서 웃음과 농담으로 비난을 받았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작 피해자 규모도 훨씬 큰 우리나라의 언론과는 왜 30분의 시간도 할애하지 못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한 총리는 지난 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무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외신 기자들의 질문 대부분을 다 받고 답변했다. 답변 내용과 일부 태도에 부적절한 언행으로 뭇매를 맞았으나 장시간 질의응답을 진행하려는 것은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정작 왜 156명이 희생당한 한국의 기자들과는 이런 긴 시간을 할애한 회견을 하지 않았느냐는 데 있다.
김준우 변호사는 6일 오전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외신 기자회견을 한 배경이 외국인 희생자가 26명이었다는 점을 들어 “1시간 정도 예정된 회견을 2시간 넘게 했다는 건데, '질문을 다 받겠다'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그런데 국내 언론에는 왜 2시간씩 할애하는 모습을 우리 정부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외국은 신경쓰는데, 우리 국민 피해자, 희생자가 더 많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그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 의지, 국민의 공감대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 이런 것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며 “그런 부분이 오히려 더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한덕수 총리 본인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노력을 우리 국민들에도 보여달라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고 촉구했다.
허일후 아나운서가 “행안부 직원이 나와서 국내 기자들 만났을 때 질문을 다 소화하지 않으면서 '물어보는 것 다 대답해야 하느냐'고 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런 무성의한 답변태도가 있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처음 브리핑한 지난달 31일 발표자로 나선 김성호 행정안전부 차관(중대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사회자가 '일방통행이나 도로통제, 지하철 무정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이유', '투입된 경찰병력의 대부분이 마약이나 성폭력 등을 단속하는 인력이었고, 사고대응 인력은 없었던 것인지' 등을 묻는 JTBC 기자의 질문을 소개하자 돌연 사회자를 향해 “질문 나온 건 다 소화를 해야 되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사회자는 “시간 되는 데까지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해 논란을 샀다.
이밖에도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긴급현안 브리핑을 딱 한차례 11분간 했을 뿐 그 이후부터 대국민 이태원 참사 관련 브리핑은 김성호 행안부 차관(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했을 뿐 고위급 책임자(장관급) 인사는 한차례도 언론 브리핑 현장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윤석열 대통령도 참사직후 대통령 집무실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도 중단했고, 행정안전부장관도 참사 직후 브리핑에서 '우려할 수준의 인파는 아니다, 경찰인력을 배치했어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는 발언 파문을 일으킨 이후 이튿날 기자들과 만나 개별적으로만 답변했을 뿐 별도의 기자 브리핑을 진행한 적은 없다. 경찰청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감찰과 수사를 받겠다고 한 이후 윤 청장이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언론에 나선 적은 없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MBC 취재진과 만나 '우리 구청은 할 역할을 다 했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다'라고 한 이후 일절 언론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6일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한 데 이어 진행된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국가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이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새겨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대통령인 제게 있다”고 밝혔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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