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장·상가대출 '부도 도미노'···"脫중국 시나리오 검토해야"
■ 해외점포 건전성 관리 초비상
올 중국내 파산기업 1.2만개 관측
현지 진출기업 BSI 3분기 연속 하락
일부 中 은행은 위안화 대출 중단
4대 은행 해외점포 연체잔액 1.3조
시중銀 고강도 '대출 죄기' 나설듯
중국 기업 및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경영 여건이 빠르게 악화하며 대출을 내준 은행들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공장·상가 등 주로 비(非)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중소기업과 자영업들은 돈을 못 갚은 채 파산 상태다. 물론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일본·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다른 해외 점포 연체율도 높아졌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는 8월 말 독일 보험·자산운용사 알리안츠그룹의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중국 기업 부도 현황’를 통해 올해 중국에서 파산하는 기업이 총 1만 2000개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매년 2000~3000개 수준이던 중국 내 부도 기업 수는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연간 1만 개로 치솟았다.
중국으로 향한 국내 기업들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가 지난달 26일 발간한 ‘2022년 3분기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경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4로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BSI의 기준치는 100으로 점수가 기준치보다 낮을수록 부정 응답이 많다는 의미다. 지수는 중국 진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7개 업종 211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됐다. 특히 대기업 협력 업체로 진출한 기업들이 적자 상태에 빠지며 금융거래 여건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일부 중국 은행은 한국계 중소기업의 위안화 대출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중국 내 경영 환경 악화는 국내 은행들의 대출 건전성 추이로도 드러난다. 올해 8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해외 점포 비주택담보대출 부도율은 2.03%에 달했다. 부도율이 각각 0.13%, 0.11%에 불과했던 2020년, 2021년보다 1700% 폭증한 수치로 부도율이 이렇게까지 치솟은 적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없었다. 이 수치는 하나은행이 진출한 전체 해외 점포 비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했지만 부도율이 급증한 것은 중국 법인 때문이라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취급한 호텔·상가 담보대출 등에서 유동성 부족으로 연체가 증가했고 부도율이 높아진 것도 그 영향”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중국 이외 다른 국가 내에서의 경영 환경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한다. 금융감독원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해외 점포 주택 및 비주택 담보대출 연체율은 3.26%, 연체 잔액은 1조 3765억 원에 달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줄어들고는 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4개 은행의 국내 평균 연체율이 0.18%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개별 은행으로 봐도 8월 말 기준 신한·우리·하나은행의 해외 점포 연체율은 주택·비주택 할 것 없이 모두 지난해 말 대비 증가했다. 재작년과 지난해에 걸쳐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및 캄보디아 소액 대출 금융사 프라삭을 인수한 국민은행의 8월 말 주택 및 비주택 담보대출 연체율은 각각 11.52%, 10.07%에 이른다. 해외 점포에서 내준 대출 10건 중 1건은 연체됐다는 의미다.
해외 점포 상황이 국내 지점 대비 악화하면서 국내 은행들은 부실 대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실 여신 비중이 높은 부코핀을 인수해 현재는 다소 높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지만 관련한 미래 성장 마스터플랜을 2030년까지 3단계에 나눠 추진할 계획”이라며 “내년까지 잔여 부실 자산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부동산 익스포저를 엄격히 관리할 예정”이라며 “이미 발생한 불량 대출에 대해서는 담보 부동산 매매 및 채권 매각을 통해 신속한 회수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대기업 위주의 거액 여신 취급을 줄이고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점포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설 경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점포 기업대출 가운데 40%(42조 4357억 원)는 한국 관련 기업대출로 전체 기업대출 잔액 중 한국 기업의 비중은 3년 연속 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올해 3분기 자금 조달 BSI를 2분기(93)보다 더 악화된 88로 전망한 바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수출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에 가장 기대하는 지원 정책은 ‘금융 지원’이 3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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