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경부, 정유·철강사 ‘친환경 허위광고’ 조사

김정석 2022. 11.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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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루브리컨츠·포스코
탄소중립 석유제품 등 표방
실제 감축량 기준 미달 의혹
환경부, “문제있으면 시정명령 할 것”
SK에너지·루브리컨츠·포스코
탄소중립 석유제품 등 표방
실제 감축량 기준 미달 의혹
환경부, “문제있으면 시정명령 할 것”

환경부가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포스코 등 국내 정유·철강 업체에 대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이 우후죽순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그린워싱’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6일 매일경제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환경부는 SK에너지·SK루브리컨츠·포스코를 대상으로 환경성 표시·광고 위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유·철강 업체인 이들 기업은 각각 탄소중립 원유, 탄소중립 석유제품 등 친환경을 표방하는 제품을 내놓았지만 탄소중립이라고 표현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10월 환경기술산업법에 따라 이들 기업에서 실증자료를 제출받았고, SK에너지와 SK루브리컨츠는 추가 자료까지 한 차례 더 제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노련한 방식으로 제품의 친환경성을 광고해 조사가 복잡하다”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지난해 판매한 ‘탄소중립 석유제품’이 문제가 됐다. 당시 SK에너지는 “제품의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소각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한다”고 홍보했으나 현재까지 탄소배출권을 소각하지 않아 ‘탄소중립 제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부는 해외에서 탄소 배출을 감축한 실적으로 국내 석유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유사하게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한다는 SK루브리컨츠의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 역시 국외 감축 실적 인정 여부가 조사 쟁점에 올랐고, SK루브리컨츠가 구매했다고 발표한 탄소배출권이 실제로 배출한 탄소량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는 전 세계 자발적 탄소 시장(VCM)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영향력이 있는 미국 베라(Verra) 인증 탄소배출권 중 신뢰성 높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사용 중”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포스코로부터 이산화탄소 3만5000t을 감축했다는 ‘탄소중립 LNG’의 탄소 감축 증명서와 구매계약서 등을 제출받아 LNG 제품의 실제 배출량과 감축량이 탄소중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탄소중립 LNG’에 대한 표현 수정 요청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준 의원은 “최근 탄소중립이나 ESG와 거리가 먼 사업들을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여 제품을 판매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이들 정유·철강기업의 그린워싱 행위에 대해 환경부의 엄중한 조치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SG 열풍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도 ‘그린워싱’으로 골머리를 썩으면서 각국은 불공정 거래 규제 기관을 통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의 경쟁시장국(CMA)은 지난해 9월 친환경 마케팅 시행지침인 ‘그린 클레임코드(Green Claims Code)’를 발표하며 그린워싱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도 허위 친환경 광고 지침인 그린가이드(Greed Guides)를 개편해 ‘그린워싱’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의 공정위는 ‘그린워싱’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환경부는 SK E&S의 ‘CO₂Free LNG’ 제품이 탄소중립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공정위는 SK E&S의 표현이 어디까지나 생산계획에 대한 것이라 거짓·과장으로 보기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세계 각국이 ‘그린워싱’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허술한 허위 친환경 광고 관리가 오히려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소비자들의 친환경 의식 수준에 따라 식품이나 가구 이외에 친환경 연료나 석유제품마저 등장하는데 사실상 공정위의 표시·광고 단속이 없다”며 “공정위의 역할을 인지하고 철저한 실증요구와 단속을 통해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도록 해야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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