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톱체제 유지 무게···현대차, 40대 젊은 인재 수혈
삼성, 이재용 취임 후 첫 인사 앞둬
정현호 부회장 등 전진배치 가능성
SK, 계열사 CEO 대부분 유임 전망
LG, 新시장 혁신인사 단행할 수도
롯데, 신유열 상무 승진 여부 관심
연말 재계의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3고(高)’ 등 글로벌 경영 위기에 대한 해법을 풀어낼 기업들의 인사 묘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대교체, 미래 먹거리 준비 등을 위해 지난 수년간 과감한 혁신에 나섰던 기업들은 올해 비교적 안정적인 인사 범위 내에서 혁신을 이룰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 인사 시즌을 앞두고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삼성전자(005930)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뒤 맞는 첫 정기 인사인 만큼 본격적인 ‘뉴삼성’ 경영 전략을 어떻게 이식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그룹 전체를 아우를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가능성이 보이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어느 정도 사전 정지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에서는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핵심 사업부 수장의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부사장 이하 임원급에서 상당한 변화를 줘 혁신 의지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큰 틀에서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투톱’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개 사업 부문의 60대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고 사업 부문을 반도체·완제품(세트) 부문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를 통해 구축한 ‘투톱’ 체제가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태라 당장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원급에서는 올해부터 조직 유연성 확대를 위해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 등 인사 제도를 개편한 만큼 30~40대 젊은 인재들이 파격적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 임원 또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이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외부 인사 영입도 과감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생긴 생활가전사업부 새 수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에 앞서 기반을 닦을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승진으로 별도의 비서 조직이 꾸려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비서 조직이 가동되면 컨트롤타워 부활에 앞서 관련 역할을 일부 수행할 수 있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비롯해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최윤호 삼성SDI(006400) 사장 등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의 전진 배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 부회장은 삼성그룹 내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03명의 임원을 선임하는 사상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했던 현대차(005380)그룹은 올해 인사에서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인사는 통상 재계에서 가장 늦은 시기에 이뤄져왔는데 올해도 비슷한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이 2020년 취임한 후 변화·혁신을 앞세워 세대교체를 이룬 만큼 올해는 미래 사업을 주도할 인사를 선별해 과감하게 전진 배치하는 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로보틱스·첨단항공모빌리티(AAM)·자율주행·전동화 등 주요 부문의 혁신을 이끌 ‘능력주의’ 중심의 인사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사에서 신규 임원 3분의 1이 40대였던 만큼 올해도 30~40대 젊은 인재의 파격적인 발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SK(034730)그룹은 12월 초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순차적으로 관계사별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룹의 핵심인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분야를 이끌 젊은 인재의 발탁 가능성이 점쳐지며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내외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조직을 흔들기보다는 안정을 꾀하면서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인재 발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0대인 노종원 SK하이닉스(000660) 사장이 발탁된 것처럼 실적과 능력을 중시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또 한 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LG(003550)그룹은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하는 사업 보고회를 마치고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임원 인사에 나설 계획이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실용주의’에 입각한 인사를 단행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먹거리를 중심으로 혁신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일부 계열사가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당분간 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신시장을 개척할 젊은 인재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달 하순쯤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추측되는 롯데그룹 또한 ‘안정’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해 올해는 비교적 차분한 인사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011170) 일본지사 상무의 승진 여부는 관심 거리다. 신 회장은 최근 베트남 출장에 신 상무를 데려가는 등 경영 수업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미 인사 단행을 마친 그룹들의 사례에서 보듯 이번 인사의 핵심은 ‘미래 준비’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태양광·방산·항공우주 등 핵심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이어 지난달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 등 사장단·임원 인사를 마쳤다. 인사를 마무리한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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