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韓 유엔 인권이사국 中 훼방설 … 한중교역 악화로 번지나

한예경, 임성현 2022. 11. 6.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 불발 위기
中신장 유엔 인권 결의안
지난달 韓 찬성표에 中 반발
中대사 "한국에 크게 실망"
인권이사국 낙선운동 정황
北 연일 도발에 中 '뒷배' 역할
對中수출 5개월 연속 마이너스
中서 韓기업 엑소더스 가속화

한중관계 냉각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축하 전화를 하기도 했던 한중 관계에 급속 냉각기류가 형성된 것은 지난달 중국 신장 문제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OHCHR) 토론회 표결 직후부터 감지됐다.

지난달 6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4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중국 서부 위구르족과 다른 무슬림 소수 민족에 대한 강제 노동과 임의 구금 등 반인도적 범죄 혐의에 대한 토론 개최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한국은 당시 미국 등과 같이 찬성표를 행사했지만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면서 토론회는 불발됐다. 중국은 당시 한국의 찬성표에 불만을 품고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사석에서 "한국 정부가 인권이사회 중국 신장 보고서 토론에 찬성표를 던지고 나서 중국이 크게 실망했다"며 "이어지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중국이 (다른 나라에) 한국을 찍어주지 말라고 했다"고 발언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싱 대사와 회동한 한 인사는 "싱 대사는 '한국이 어떻게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느냐' '한국 인권이사회 낙마는 중국이 한 것'이라며 노골적인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싱 대사와 회동했던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중국이 반대해온 신장 인권 문제에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자 중국은 한국 인권이사회 진출을 막으면서 보복했다는 의미다. 싱 대사는 최근 주한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한국의 찬성표에 대해 "유감스럽고 실망감을 느낀다"는 글을 올려 노골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의 인권이사회 진출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

당시 한국이 찬성표를 행사한 후 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중국의 신장 문제와 관련한 기본 입장을 전달하며 공식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표가 있은 지 5일 후에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에서 2023~2025년간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연임을 노리고 있던 한국은 예상 밖으로 낙선했다. 인권이사회가 설립된 2006년 이후 한 번도 선거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한국의 첫 낙선이라 충격적이었다.

당시 외교부는 패인으로 국제기구 선거 과다 입후보로 인한 득표전략 분산 때문이라고 했지만, 선거 결과 뜻밖에 약진한 국가들이 있었다. 한국(123표)보다 표를 많이 받은 방글라데시(160표), 몰디브(154표), 베트남(145표), 키르기스스탄(126표) 등이었다. 이들은 인권 선진국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앞으로 3년간 중국의 신장 인권 토론회 결의안 같은 표결이 있더라도 표를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최근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면서 제재나 압박은커녕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 이해당사국으로 참여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의 셀 수 없이 많은 도발에 대한 안보리의 침묵은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더욱 대담하게 할 뿐"이라며 "안보리는 수수방관을 멈추고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유지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데도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묵인하며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이어갔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안보리는 압박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안보리는 대립을 완화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중국 접경 지역에서 도발을 감행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중단시키기 위해선 대북 제재 해제 등의 인센티브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중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가뜩이나 휘청이고 있는 한중 교역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한국 교역의 24%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수출의 25%, 수입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대중 수출은 최근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함께 하락세가 뚜렷한 중국 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은 12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했다. 지난 6월부터 내리 다섯 달간 역성장 중이다. 대중 무역수지도 지난달 12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으로 대중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지난달 대중 반도체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3.3%나 감소한 28억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25.0%), 석유화학(-20.5%), 철강(-4.9%) 등 주력 수출품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불똥'까지 튀면서 한때 국내 기업들의 최대 진출지였던 중국에서 '엑소더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에 신규 진출한 국내 기업은 34개에 그쳤다. 중국 진출이 본격화된 1992년 1분기(23개) 이후 3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중국의 도시 봉쇄가 반복되면서 이미 주요 국내 기업들은 최대 생산기지였던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삼성SDI, LG전자는 지난해 중국 내 공장을 2곳씩 폐쇄하기도 했다.

[한예경 기자 / 임성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