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사과·이상민 등 경질까지…윤 대통령 ‘결단의 시간’ 시작
후속조치도, 공식입장도 일단 ‘진상규명 뒤’로
“참사 되풀이 막을 책임, 저에게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가애도기간 종료와 함께 6일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의 시간’이 본격화했다.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의 책임 소재에 따른 인적·제도적 후속 조치, 안전한 사회로의 대전환 등 최고 국정운영 책임자의 결단을 요구하는 과제들이 쌓여 있다. 당장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경질 여부를 두고 공식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윤 대통령의 선택에 이번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책임성과 향후 한국 사회 방향성이 달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추모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국가애도기간 종료 후 첫 공개 일정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미사 참석을 마친 뒤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국가애도기간은 끝났지만 이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새겨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대통령인 제게 있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치권에서 요구해온 책임자 문책 등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당초 애도기간이 끝난 이날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다시 나올 거란 전망이 있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말이 지난 뒤엔 공식적인 추모·애도의 시간에 묶였던 과제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인적 책임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둘지를 두고 윤 대통령의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경찰과 정부의 부실 대응은 112신고 녹취록과 안전 주무부처들의 당일 행적이 드러나며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대통령실은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질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다만 이 장관 경질여부를 두고는 고심이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책임을 지워 경질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조치이지만 참사 수습과 내년도 예산안,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업무계획 수립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 등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장관 유임을 선택할 경우 정부의 책임회피, 솜방망이 문책 등 비판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 발표 뒤에는 추가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일단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조사 중 국정조사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이 고위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도 의혹이 남으면 검찰 수사나 특검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 발표는 시간 문제가 됐지만, 시기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이 시기 역시 진상 규명 결과와 연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과 5일 불교계 위령법회와 기독교계 위로예배에서 각각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언급했다. 참사 일주일 만에 ‘죄송’ 등 표현을 사용했지만, 행정부 수반으로서 부실대응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전환시키는 방향타를 설정하는 역할이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이태원 참사, 산재 사망, 폭우로 인한 주거취약층 사망 등 곳곳의 위험 신호가 최근 잇달아 켜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라를 변화시키는 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 홍보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오전 7시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부와 지자체, 민간 전문가, 일선 공무원이 참여하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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