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콩쿠르 1위에 첼로 신동 한재민
올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결선이 열린 5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관객들은 여러 차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들을 놀라게 한 주인공은 이번 대회 우승자 첼리스트 한재민(16·사진)이다.
"제가 무대에 설 때마다 떠는 편이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떨어본 건 진짜 처음이에요."
결선 진출자 4명 중 두 번째로 무대에 선 한재민은 윤이상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1976)'을 격렬하게 연주하며 관객을 매료했다. 윤이상이 옥중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자전적 작품으로, 손가락으로 현을 강하게 퉁기는 주법이 눈에 띄는 곡이다. 한재민은 연주하는 동안 현이 끊어져 두 차례 중단해야 했다. 평온해 보였던 그의 표정도 어느새 싸늘하게 굳어갔다.
"사실 이 협주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들었을 때 끝에서 주는 카타르시스가 엄청난 곡이거든요. 현이 두 번째 끊길 때까지는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이어나가 보려고 했는데, 세 번째 끊겼을 땐 제가 곡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놓은 것 같아서 아쉬움에 스스로 화가 너무 많이 났죠. '여기서 한 번 더 (무대 밖으로) 나가면 이건 내가 곡을 망치는 거다'라는 생각에 남은 세 줄로 연주를 마쳤어요."
지난해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대회 최연소 1위와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3위에 연이어 오르며 주목받은 한재민은 일찍부터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혀왔다.
한재민은 2019년 이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한 임윤찬과도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이어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다. 이번 대회에서 한재민에게 주어진 '유네스코음악창의도시특별상'과 '박성용영재특별상'은 모두 3년 전 임윤찬이 받은 것이다.
콩쿠르가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묻자 무대 위에서 성인 못지않게 성숙해 보이던 그가 제 나이를 찾아 돌아왔다. 미소를 머금으며 하고 싶은 것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니 그는 영락없는 16세 소년이었다.
"축구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손을 다칠까봐 공은 만진 적도 없거든요. 콩쿠르가 끝나면 월드컵을 볼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손흥민 선수가 다쳐서 가슴이 아프지만 금방 회복되길 바랍니다."
[통영/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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