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만 잘하면 합격이라는데 … 막상 취업은 '바늘 구멍'
신입 채용방식 혁신 활발
시험 어려워 합격률 5% 기업도
면접 볼 기회도 없이 불합격
인턴십·스타트업 경험 경력직
신입사원으로 지원 많아져
국내 주요 빅테크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코딩 테스트'가 신입 개발자 채용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경력이 아닌 신입이지만 바로 실무에 투입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코딩 실력자를 데려가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는 신입 개발자 '코딩 테스트' 허들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한 빅테크 기업은 신입 개발자(기술직군)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오로지 '온라인 코딩 테스트'로만 지원자의 95%를 탈락시켰다. 이 회사는 신입 개발자 코딩 테스트 합격률을 5% 내외로 한정하고 있는데, 채용 절차상 코딩 테스트가 서류(자기소개서)와 함께 초기 단계에 속하는 편임을 감안하면 20명 중 단 1명에게만 면접 기회를 준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느 학교를 나오고 학점이 어느 정도인지 등 스펙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면서 "기본적으로 코딩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합격 관문에 들기 힘들다"고 전했다.
올해 이 회사 기술직군에 지원했던 한 취업준비생 역시 "코딩 테스트가 전공자여도 학교 수업만 듣고 풀기에는 난도가 무척 높은 편이었다"면서 "개발 프로젝트 경험이나 인턴십 등을 하지 않았더라면 문제의 반도 못 풀었을 것"이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일례로 국내 IT 플랫폼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만 봐도 코딩 테스트는 중요한 평가 단계에 속한다. 우선 국내 빅테크사 가운데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가장 먼저 도입(2016년)한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는 채용 첫 단계에서는 오로지 코딩 실력만 평가한다. 카카오는 우수한 개발자를 선발하고자 2017년부터 학력, 전공, 나이, 성별 등 정보를 일절 받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특히 면접(인터뷰)에 앞서 코딩 테스트를 1·2단계씩 각각 5~6시간에 걸쳐 진행할 정도로 지원자의 코딩 실력을 꼼꼼히 검증하는 편이다. 이후 2차 코딩 테스트 합격자에 한해 1~2차 면접 참고 자료로 지원서를 받지만, 이 역시 '지원 동기'나 '포부'와 같은 추상적인 내용보단 '개발과 관련해 관심 있게 들었던 전공 과목 혹은 외부 강의' 및 '자신이 다뤄본 경험이 있는 플랫폼·프로그래밍 언어'를 기재하고, '자신의 열정과 기술적인 전문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경험·이력·생각'을 자유롭게 기술하라는 등의 식으로 개발자 기본 소양을 묻는 질문으로 채워져 있다.
첫 평가로 기업문화적합도검사를 포함한 서류와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본 다음 1·2차 인터뷰를 진행하는 네이버도 카카오와 큰 틀에서 비슷한 기조를 보인다. 면접 전 서류와 코딩 테스트가 모두 개발자로서 지원자의 실력을 가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발자 온라인 평가·채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빅테크사들은 단순 알고리즘 코딩 능력을 확인하는 문제들보다 응시자가 주어진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코드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보는 등 제출한 코드를 통해 응시자의 컴퓨팅 사고력 등을 다각도로 평가한다"면서 "난도가 높은 문제는 한 문제를 푸는 데 1시간 이상씩 소요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네이버 계열 라인이나 쿠팡, 배달의민족 등도 면접 전 코딩 테스트를 통해 지원자가 테크직군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최소 기술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LG CNS는 학력·전공·학점 등 '스펙'이 아닌 코딩 실력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며 오는 12일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예선전을 열 계획이다. 이어 26일 온라인 본선 경기를 거쳐 발탁된 대회 성적 우수자에게는 서류·필기·1차 면접 없이 최종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치열해진 빅테크사의 코딩 테스트를 통과하고자 비전공자 사이에선 월 최대 수십만 원대인 사교육까지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관련 전공자들도 인턴십이나 스타트업 근무 경력을 발판 삼아 '중고 신입'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특히 온라인 코딩 테스트는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그나마 공급이 원활한 IT 기술직군으로 전공, 비전공자 할 것 없이 지원자가 몰림에 따라 '허수'를 걸러내기 위한 자구책이 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채용에는 한 번에 수천 명에서 1만명이 넘는 응시자가 지원하다 보니,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높은 확률'로 개발자의 기본기와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평가 방법이 코딩 테스트인 셈이다.
IT 업계 온라인 코딩 테스트 대행사 관계자는 "2~5시간의 코딩 테스트가 끝나면, 그 즉시 1만명이 넘는 응시자의 성적이 정량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을 전후해 IT 업계 코딩 테스트가 '종이'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국내 빅테크사들은 단순한 문제만 낼 수밖에 없었던 '손코딩'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 테스트'를 계기로 심화된 문제를 출제하는 식으로 테스트 방향을 변경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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