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 소리에 구조 희망 가져… "동료 살리려고 힘들겨를 없었다"

박양수 2022. 11. 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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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9일하고도 5시간, 221시간 만의 극적인 귀환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구조대의 끈기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은 베테랑 광부의 지혜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경북 봉화 광산 사고로 고립됐던 두 작업자가 갱도 밖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 가족은 물론이고, 구조의 순간을 기다려온 온 국민이 함께 기뻐했다.

6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에 생환한 두 광부는 구조 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최초 작업 지점 인근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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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물 떨어진뒤 지하수 마셔
체온 유지 위해 마른 나무로 불
소방·경찰·군인 등 1145명 투입
봉화 광산 매몰사고 광부들 '무사 생환'…221시간 만의 기적. [경북소방본부 제공, 봉화=연합뉴스]
5일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 앞에서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반장 박모(62)씨의 아들 박근형(42)씨가 고립 당시 박씨가 입고 있던 작업복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봉화=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인 4일 밤 구조된 보조 작업자 박모(56)씨가 착용했던 안전모, 안전화, 양말. [박씨 가족 제공, 봉화=연합뉴스]

두 광부, 매몰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

만 9일하고도 5시간, 221시간 만의 극적인 귀환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구조대의 끈기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은 베테랑 광부의 지혜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경북 봉화 광산 사고로 고립됐던 두 작업자가 갱도 밖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 가족은 물론이고, 구조의 순간을 기다려온 온 국민이 함께 기뻐했다.

구조 기간에 1145명의 인력과 68대의 장비가 투입돼 밤낮없이 작업을 진행했고, 고립된 작업자들은 마른 나무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지하수를 마셔가며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렸다.

6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에 생환한 두 광부는 구조 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최초 작업 지점 인근에서 발견됐다.

구조대원 방모 소방령과 광산업체 소속 광부는 매몰 사고가 발생한 광산 내 제1 수직갱도 3편 주변 원형 공간에서 선산부(작업반장) 박모(62)씨와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모(56)씨를 발견했다. 두 광부는 고립 기간 중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마른 나무들로 모닥불을 피웠다. 작업 때 챙겨갔던 커피 믹스와 10ℓ 물을 나눠 마셨던 두 사람은 식수가 떨어지자 갱도 내 지하수를 마셨다. 경북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갱도 안에 계실 때 발파하는 소리도 다 들렸다고 한다"며 "이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고, 또 안 들리면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두 분이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광산 경력 20여 년의 베테랑 광부인 조장 박씨는 아들에게 "3일째 몹시 배가 고팠는데, 그 뒤로는 배고픈 줄도 잘 몰랐다"며 "조원을 챙기느라 심적으로 힘들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새내기 광부인 보조 작업자 박씨는 조카에게 "지하수로 목을 축일 때 토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립 사흘째 정도까지 탈출로를 찾아 헤매던 이들은 직접 괭이를 들고 탈출로를 파내기도 했다. 구조 완료 후 병원에 이송됐던 이들의 체온은 34~35도로 측정됐다. 이들이 입원한 안동병원 의료진은 의학적으로 저체온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구조 대원들의 헌신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사고가 발생한 제1 수직갱도 3편 갱도(지하 190m)에서부터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이 이뤄진 제2 수직갱도(지하 140m)까지의 갱도간 연결 거리는 325m였다. 막장 붕괴와 광차 레일 탈선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구조 당국의 분투에 더해 동료를 구하기 위해 구조 현장으로 뛰어온 동종업계 작업자들의 열정도 기적의 생환을 만드는 데 한몫을 했다.

구조 진입로 확보가 이뤄지던 갱도 반대편 갱도에선 두 광부가 생존을 위해 괭이로 약 10m가량에 걸쳐 암석을 파내는 사투를 벌였다. 지난 1일에는 강원 삼척 소재의 '경동상덕광업소' 소속 관계자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구조 작업 지원에 나섰다.

두 광부의 생환까지 소방관 397명, 경북도 관계자 27명, 봉화군 관계자 81명, 군 장병 30명, 경찰 43명, 광산 관계자 218명, 기타 인력 349명 등 인원 1145명, 장비 68대가 동원됐다.구조 현장을 지휘한 윤영돈 봉화소방서장은 4일 오후 11시 3분 '구조 완료'를 선언했다. 매몰 사고 발생 221시간, 광산업체 측이 사고 신고했을 때로부터 '8일 14시간 29분'만의 극적인 구조였다.

윤 서장은 5일 최종 브리핑에서 "221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주신 고립자 두 분과 보호자,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고되고 힘든 작업에도 끝까지 묵묵하게 일해준 광산 구조대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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