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채용 때, 방송사가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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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71%, 여성 29%. 미국의 기상캐스터 성별 비율이다.
미국 기상학자 알렉산드라 크랜포드가 2018년 낸 논문을 보면, 미국 내 기상캐스터 2040명 가운데 남성은 1444명, 여성은 59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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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 전공자 없고, 필기도 거의 없어
남성 71%, 여성 29%. 미국의 기상캐스터 성별 비율이다. 미국 기상학자 알렉산드라 크랜포드가 2018년 낸 논문을 보면, 미국 내 기상캐스터 2040명 가운데 남성은 1444명, 여성은 59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크랜포드는 “기상캐스터의 전공을 살펴본 결과, 남성 기상학 전공자가 여성보다 월등히 많았다”며 “남성 기상캐스터 비율이 높은 것은 전공자가 기상캐스터 관련 자격증을 따기 더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기상학에 대한 전문성이 기상캐스터를 뽑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란 의미다.
반면, 국내 기상캐스터는 여성이 대다수다. 지난달 20일 학술저널 <인문사회21>에 실린 ‘기상캐스터와 성역할 고정관념’(홍숙영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논문은 그 이유를 “방송사들이 ‘기상정보는 미모와 몸매를 갖춘 젊은 여성이 전달해야 한다’는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외모 중심의 채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2020년 8∼9월 사이 현직 기상캐스터 6명을 심층 면접했다. 면접 참여자는 여성 5명, 남성 1명으로 경력은 평균 4년2개월이었다. 기상학 관련 전공은 한 명도 없었다.
홍 교수는 논문에서 방송사가 기상캐스터를 채용할 때 기상에 관한 전문성을 검증하기 보다는 외적 이미지와 전달력을 평가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기상캐스터의 채용 과정은 보통 ‘서류 전형-카메라 면접-최종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논문을 보면, 기상캐스터 공채에서 기상학 전공자나 기상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력서에 전신 프로필 사진을 첨부하고,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기상과 관련한 필기시험을 치르는 방송사는 제주의 한 지역방송뿐이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외형적 평가에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기상캐스터 ㄴ씨는 “(방송사에서)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기상캐스터를 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어 ‘일을 빨리 그만둬야 하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7년간 기상캐스터로 활동하고 은퇴를 앞둔 35살 여성 기상캐스터 ㄷ씨는 “과거 결혼이나 임신 후 타의로 퇴사한 동료들이 많았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기상캐스터들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토대로 세워진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현실의 벽에 다른 길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논문에서 기상캐스터가 전문성을 요구받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캐스터는 기상정보의 이해, 원고작성, 씨지(CG·컴퓨터그래픽) 구성 등 종합적인 제작 업무를 익혀야 할 뿐 아니라 순발력과 목소리, 외모마저 갖출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기상캐스터의 입지는 고용이 불안정한 프리랜서다. “기상 정보전달이 여성의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상캐스터의 직업적 위치는 불안정한 프리랜서로 고정됐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기상캐스터 ㄹ씨는 “항상 을의 처지”라며 “보도국에서 (계약 연장을 위한) 평가를 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기상캐스터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성역할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외모에 치우친 현행 방송사 채용 방식 변경 △공정한 평가를 위한 제도 마련 △기상캐스터의 현황과 실태를 조사해 왜곡된 인식 원인 파악 △성평등한 근무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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