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총평 하루하루 성실하게 삶을 예술로 승화
김승영의 세계는 두 가지 점에서 돋보인다. 먼저 그의 세계의 '품(品)'이다. 품위, 품격, 품질할 때의 그 품! 설치미술은 오브제 너머, 곧 공간을 품는 태도의 산물이다. 공간은 시간을 포용하면서 '장소'를 발생시킨다. 설치미술은 장소의 미학이고, 더 긴밀하게 삶에 밀착하기로서의 미술이다. 이를 이해하면 김승영 설치미술이 시야에 들어온다. 타자와 버려진 것들에 대한 기도, 따듯함, 덜 욕망하기…, 그렇지 않다면 예술이라는 이름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전위(前衛)의 추구? 공허하다. 그럼 철학하기인가? 이건 더 아니다. 김승영은 말한다. "예전에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철학적인 거라든가 뭔가 그런 것들을 해나갔던 데 반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냥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 일상적인 것들… 그런 것들을 그냥 옮기는 작업을 해요."
예술은 김승영이 하는 것처럼 그저 살아내기인 거다. 무언가에 끌리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이유는 다행스럽게도 나중에 알게 된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이 지점에서 김종영이 어른거린다. 김종영도 그렇게 '예술가의 삶'을 살아냈다.
김승영의 설치는 올드 미디어(old media)를 기반으로 한다. 김승영은 만드는 기술을 탐하지 않는다. 첨단적인 것, 디지털적인 것은 아주 조금만 욕망한다. 이러한 태도가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기술은 그 자체 괴물(怪物)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그것에 의존하는 것을 흡수해버린다. 기술에 의존하면 끝내는 그 기술의 일부가 되고 만다. 기술의 시대가 자아 상실의 시대로 기우는 까닭이다. 이와 반대되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에 다가설수록 사람들은 더 자신으로 돌아오고 자신으로 남는다. 예술이 기술을 주의해야 하고, 첨단의 것은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김승영은 다시 김종영과 교차한다. 무심한 돌덩어리와 나무토막에서 미(美)의 근원을 봤던 그 수도자 김종영 말이다.
김승영 작가가 김종영 미술상의 수상자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중론이다. 부디 창작에 더 전념하시어 김종영 미술상의 의미를 빛내주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 최인수 서울대 조소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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