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 배상 태도 유연화?…“중국 동참하면” 전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서 인위적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배상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동참을 전제로 이 문제에 관해 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선진국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개발도상국 및 빈국이 입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거센 요구를 계속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을 물고 늘어지는 일종의 ‘물귀신 작전’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개도국 및 빈국들이 기후변화로 입은 손실과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부국들이 새로운 기금을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완강히 반대해온 미국이 최근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변화특사의 최근 발언에 주목했다. 케리 특사는 지난달 말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대담에서 중국이 동참한다면 미국이 손실과 피해 배상을 위한 새로운 기금 창설에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특히 그들이 앞으로 30년 동안 배출량을 계속 증가시킬 것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개도국 및 빈국이 겪은 손실과 피해를 배상할 용의가 있지만 현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중국의 동참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2위이며, 1위인 중국은 미국보다 2배 이상 많은 양을 배출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손실과 피해의 정식 의제화가 COP27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유연해진 미국의 태도를 환영하면서도 중국 끌어들이기의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은 개도국들의 손실과 피해 배상 요구에 동조한다. 하지만 자신을 아직 개도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은 배상 책임은 서방 선진국들이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손실과 피해 배상 책임을 분담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책임 소재를 두고 논쟁을 벌이면 손실과 피해 배상 논의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중국과 다른 개도국을 분리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각함으로써 개도국 진영 내부의 논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기후변화 및 국제관계 전문가인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전술은 기후변화 협상에서 하나의 블록을 형성한 개도국과 중국의 틈새를 벌리려는 것이라면서 “개도국 진영이 조금이라도 이완된다면 미국은 이를 대단한 외교적 성취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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