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양극재 생태계 구축, 세계 1위 넘본다

양연호 2022. 11. 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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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창업 23년만에 시총 10조원 그룹일궈

"우리 회사 직원이 퇴직했을 때 공무원보다 더 나은 조건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봐라."

지난해 가을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에코프로 본사.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퇴직한 직원들에게 공무원도 부럽지 않은 연금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한참이 지나도 보고가 올라오지 않자 인사 담당 직원을 집무실로 호출했다. 이 회장이 꺼낸 수첩에는 직접 구상한 아이디어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사기업에서 공무원 수준의 연금을 주는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획기적인 사내 복지' 제도는 그렇게 일사천리로 시행에 옮겨졌다.

33㎡(약 10평) 사무실에서 창업해 23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기업을 키워낸 이 회장의 상상력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오염 제어 관련 친환경 소재·부품 개발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에코프로그룹은 하이니켈계 양극재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하며 국내 양극재 1위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10조원을 돌파했고 지주사인 에코프로와 사업회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을 포함한 그룹 전체 시총은 15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10대 그룹인 GS와 신세계를 뛰어넘는 성장 신화를 썼다.

상경계열 전공으로 공인회계사 출신인 이 회장이 첨단소재 분야에 뛰어든 것은 통찰을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결과였다. 1997년 온실가스 감축 협약인 '교토의정서' 체결 소식을 듣자마자 사업에 나섰다. 2006년 에코프로의 매출액 221억원 가운데 양극재 부문은 15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을 포함한 에코프로 매출액은 1조5041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매출액은 1조4805억원으로 집계됐다. 15년 동안 에코프로 매출은 68배 성장했고 양극재 매출은 987배 증가했다.

에코프로는 현재 포항시 영일만 산업단지 약 49만5800㎡(약 15만평) 용지에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라는 국내 유일의 배터리 양극재 생태계를 구축했다. 폐배터리 재활용부터 양극재 완성품까지 모든 과정이 집적된 단지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시도다. 에코프로씨엔지가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수산화리튬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전달되고 니켈·코발트·망간 등 전구체 원료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보내진다. 리튬과 전구체는 에코프로에이피의 고순도 산소·질소와 함께 하이니켈계 양극재 생산기업 에코프로비엠에 납품돼 배터리의 주원료가 된다. 이후 폐배터리는 다시 에코프로씨엔지가 회수해 주요 원료들을 추출한다. 이른바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Closed Loop ECO-System)'으로 불리는 에코프로만의 국내 유일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이다.

원재료 내재화와 리사이클은 양극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계열사를 통해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업체는 에코프로그룹밖에 없다.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양극재 중간재를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수입산 저가 니켈·코발트·리튬 등을 고도의 기술로 정제해 2차전지용 고급 소재로 전환하고 있다. 이어 폐배터리나 스크랩을 리사이클해 다시 양극재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캠퍼스 안에 모아 효율을 극대화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파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다.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지정된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2차전지 소재 개발을 위한 R&D 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이 사업이 완료되면 2차전지 양극재 관련 금속, 전구체, 폐배터리 등 소재 연구 전 분야에 대한 가치사슬이 완성되며 향후 3년간 3000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1위, 글로벌 2위 양극재 생산기업인 에코프로는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현재 27.6%(2020년 기준) 수준인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48.8%(2020년 기준)로 1위인 일본의 스미토모금속광산을 제치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현재 12만6000t인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국내 23만t, 유럽 14만t, 북미 18만t 등 총 55만t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스미토모금속광산이 2027년까지 계획 중인 양극재 생산능력 12만t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일본 최고 하이니켈 양극재 기업 점유율을 3~4년 안에 역전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포부다.

[양연호 기자]

▶▶이동채 회장은… 1959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원(주택은행)으로 취직했다. 야간대학(영남대)을 다니며 꿈을 키웠지만 은행에서 대졸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퇴사 후 재입사해야 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은행을 나와 삼성그룹에 입사했지만 다시 퇴사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1984년부터 6년간 회계법인에서 일하며 창업의 꿈을 키우다 1997년 우연히 교토의정서 체결 소식을 듣고 1998년 지금의 에코프로를 창업했다. 국내 대표 배터리 소재기업으로 성장한 에코프로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말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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