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얼고 월드컵 특수 멈췄다…가전업계 '빨간불'

오진영 기자 2022. 11. 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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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사회 전체에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수 시장이 얼어붙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으로 대형 사고가 벌어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간 가전업계의 매출을 떠받치던 내수 시장이 악화되고, 월드컵이 끼어 있는 성수기에도 소비 회복세가 둔화되면 재고가 쌓이고 현금자산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성장동력 저하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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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사회 전체에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수 시장이 얼어붙습니다."

6일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로 인한 추모 분위기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월드컵·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대목'으로 꼽히는 성수기가 다가왔지만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에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이번 4분기를 재고 개선과 영업이익 반등의 적기로 꼽았던 업계도 고심이 커졌다. 내수 시장 위축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업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로, 지난해 3분기(0.2%)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0.6%)와 2분기(0.7%)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으로, 세계 경기 침체와 가파른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4분기 성장률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나온다. 순수출(수출-수입)도 지속 하락세다.

여기에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경제를 떠받치던 내수까지 하락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면 지출이 감소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04명이 숨졌던 세월호 참사 때인 2014년 4월의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3월(2.2%)과 비교해 크게 둔화한 0.7%다. 당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도 민간소비가 줄면서 1분기0.9%에서 0.5%로 주저앉았다.

가전업계는 이같은 추세가 장기화하면 올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유럽·북미 등 주요 시장의 실질 구매력 감소로 가전 수출이 지속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까지 얼어붙으면 4분기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가전 수출은 지난해 대비 22.3% 감소했는데,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업계는 부침을 겪고 있는 가전 재고를 '성수기 특수'로 해결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LG전자·삼성전자 등 주요 가전 기업은 성수기가 시작되는 4분기를 실적 반등의 기회로 삼고 이번 분기부터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의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한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로 꼽히는 '코리아 세일페스타'가 지난 1일 막을 올리면서 할인 폭도 20~30%로 크게 늘렸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이 핼러윈 관련 행사를 모두 중단하고, 대규모 할인·판촉 행사까지 자제하면서 판매 감소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축구협회도 오는 20일로 다가온 2022 카타르 월드컵 광화문 응원전을 취소하는 등 성수기의 '키'로 꼽히던 월드컵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가전 기업은 이미 수요 감소로 재고가 누적되고 적자폭이 심화된 상태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25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7600억원)보다 67%나 감소했으며, LG전자 H&A(가전)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도 22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016억원)보다 55% 줄었다. 전세계적인 소비 위축과 지정학적 이슈로 수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으로 대형 사고가 벌어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간 가전업계의 매출을 떠받치던 내수 시장이 악화되고, 월드컵이 끼어 있는 성수기에도 소비 회복세가 둔화되면 재고가 쌓이고 현금자산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성장동력 저하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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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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