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녹색으로 인권 탄압 가리나…이집트 COP27 ‘그린워싱’ 논란
기후 활동가 시위도 제대로 보장 안해
노벨상 수상자들 정치범 석방 요구
이집트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정식 개막하자 개최국 이집트에 대한 각종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집트가 기후 회의 개최를 통해 정치범 수감 등 인권 탄압 문제를 가리려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COP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활용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온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타도한 이집트 봉기의 상징적 인물인 알라 압드 엘파타(41)는 현재 기후 회의가 열리는 샤름 엘 세이크에서 600km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는 석방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200일 넘게 벌이고 있다. 압드 엘파타는 ‘아랍의 봄’ 이후 10년을 거의 감옥에서 보냈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선거를 통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선출했으나 2년 후 이집트 육군 총사령관이었던 압델 파타 엘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엘시시는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안정을 명목으로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아랍의 봄 시위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탄압하고 있다. 국제인권기구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수감 중인 정치범은 6만명에 이른다. 아니 에르노를 비롯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 16명은 지난 2일 이집트 정부와 유엔, COP27 참석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압드 엘파타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개발도상국인 이집트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 대륙 등의 중·저소득 국가들의 기후 피해와 요구를 더욱 잘 전달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집트 정부가 친환경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로 심각한 인권 문제를 가리기 위해 COP27을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중해 휴양지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기후총회에 시민들의 접촉은 철저히 통제될 전망이다. 이집트 정부는 시위대를 위한 공간을 회담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 한 가운데에 지정했다. 감시 카메라 등 여러 통제 수단도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는 “기후총회를 앞둔 홍보가 인권유린을 가릴 수 없다”는 성명으로 비판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마이크 타운슬리는 “사회정의 없이 기후정의도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각국 정부와 명망가들이 중심이 된 회의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책 출간 행사에서 “COP는 권력 있는 자가 그린워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며 COP27 불참을 선언했다. 툰베리는 기후총회가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목표로 하지 않고 점진적 변화만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세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인 코카콜라의 COP27 후원은 툰베리가 말한 그린워싱의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올 7월 멕시코에서 물 부족으로 국가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가 부족한 상황에 코카콜라 공장이 물을 우선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COP27에 코카콜라의 후원을 받지 말라는 온라인 청원에는 23만5000명이 서명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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