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았던 트라우마 자극…‘커튼콜’의 진심은 받아들여질까[스경연예연구소]
드라마는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흥행을 위해서는 시기를 잘 타야 한다. 이를 ‘시의성’이라고도 하는데 당대에 필요한 이야기인지가 핵심이다.
그런 의미로 봤을 때 이제 막 닻을 올린 KBS2 월화극 ‘커튼콜’은 다소 불운한 출발을 했다. 이는 전적으로 작품과는 관계없는 외부요인 때문이다.
하지원, 강하늘, 고두심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지난달 31일 첫 방송 됐다. 그런데 시기가 좋지 않았다. 바로 이틀 전 서울 이태원에서 150명이 넘게 숨지는 압사 참사가 났다.
31일 첫 방송을 앞두고 그날 제작발표회를 열려던 제작진의 계획은 전국적인 애도분위기에 수포로 돌아갔다. 드라마는 대중에게 작품을 알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제작발표회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한 첫 방송에서도 의도하지 않았던 악재가 있었다. 제작진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었다. 드라마는 북에 고향을 둔 자금순(고두심)의 과거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때는 한국전쟁 당시 1950년 겨울 이른바 1·4 후퇴 당시 흥남철수작전이 등장했다.
수많은 군중이 공포 속에 철수하는 모습, 군중이 서로를 밀치고 깔고 깔리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이태원 압사 참사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공포감을 자아내게 하는 광경이었다. 긴 기간을 통해 사실적으로 구현된 대규모 군중장면은 원치 않은 공포감을 선사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후 각종 커뮤니티나 게시판에는 트라우마의 재현을 우려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또 하나의 외부요소, 북한과의 관계경색 역시 드라마에는 악재였다. 극 중 자금순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아들 리영훈과 리문성을 만났다. 고두심의 열연으로 감동은 배가됐지만 연이은 북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될 대로 경색된 상황에서 대중들이 드라마의 감동코드에 쉽게 동화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결국 이런 외부악재가 이어지면서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 집계로 7.2% 호조를 보이던 시청률은 2회 3.1%로 반 토막 났다. 드라마는 북에 있는 마약상 진짜 손자 대신 가짜 손자를 연기하는 유재헌 역 강하늘의 활약이 시작됐지만 앞으로의 흥행향방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물론 이런 악재가 작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반등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초반 한국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이후 이산가족상봉 과정에서도 한을 드러내는 고두심의 열연은 작품의 흡인력을 더했다. 거기에 강하늘, 하지원의 안정적인 연기력 역시 잘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다.
비록 의도치 않게 대중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결국 극의 지향점 역시 인간애를 전면에 내세운 휴먼 드라마 장르라는 점에서도 기대치는 남아있다. 극은 초반 여러가지 상황이 충돌하고 반목하다 감동과 위로를 주는 구성으로 나아갈 예정이라 오히려 대중의 트라우마를 다독이는 힐링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초반 역대급 외부악재로 제대로 의도를 펼치지 못한 모습의 ‘커튼콜’, 작품에 내재한 에너지와 메시지로 과연 대중을 치유할 수 있을지. 3회는 7일 오후 9시50분 KBS2에서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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