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미술관 · 49년 만에 공개한 '비밀의 숲'… 안양으로 떠나는 여행

안양/홍지연 여행+ 기자 2022. 11. 6.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공예술 성지로 거듭난 안양예술공원
전국 지방자치단제 중 최고수준 꼽혀
하루 18명에게만 허락된 서울대 관악수목원
안양시와 손잡고 '산림 치유' 프로그램

경기도 안양은 변화무쌍한 동네다. 공업 도시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고자 선택한 건 예술 도시였다. 뚝심 있게 20년 가까이 밀어붙였다. 폐수가 흐르던 안양천은 시민들의 휴식터로 되살아났고 몰락한 유원지는 유일무이한 공공예술 테마공원으로 환골탈태했다.

'지붕 없는 미술관' 안양예술공원 바로 옆에는 49년 만에 일반인에게 공개한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올가을이 가기 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안양으로 떠나보자.

◆ 지붕 없는 미술관, 안양예술공원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시가 자랑하는 명소 중 하나다. 2005년 시작한 공공예술 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안양시는 공공예술 분야에 있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고로 꼽힌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 삼성천 물길을 따라 조성한 안양예술공원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현재 안양예술공원 자리에는 본래 '안양유원지'가 있었다. 안양유원지는 1956~1960년대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였다. 계곡 안쪽까지 사람들이 몰려와 물놀이를 즐기고 산림욕을 했다. 안양유원지가 한창 인기를 끌던 1970년대에는 휴일 하루 동안 5만명이 이곳을 찾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1970년대 안양 인구는 약 12만명. 전체 인구 4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이 안양유원지로 몰린 것이다. 찾는 사람이 하도 많아지자 지금 관악역과 안양역 사이에 안양유원지 간이역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1969년 국민 관광지로 선정하면서 승승장구했던 안양유원지가 쇠퇴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다. 1977년 홍수가 크게 나면서 천변이 엉망이 됐고 자동차를 보급하면서 국내 여행 선택지가 늘자 안양유원지를 찾는 발길도 서서히 뜸해졌다.

안양유원지를 정비하기 시작한 건 1999년이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길을 새로 닦고 하천 주변도 정비했다. 유원지에 남아 있던 노점상 등 불법건축물을 정비하고 공공예술을 주제로 한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안양예술공원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 50여 점을 곳곳에 설치했다. 작품은 3년마다 새롭게 추가한다. 독일 볼프강 빈터와 베르트홀트 회르벨트의 '안양상자집-사라진(탑)에 대한 헌정'(2005)은 맥주를 담는 플라스틱 상자로 만든 작품이다. 예전 불교 중심지였다는 삼성천 주변의 정체성을 살려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담은 불탑을 창조해낸 것이다. 안양상자집 작품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진가를 발한다. 자연광이 플라스틱 상자를 통과하면서 조명 효과를 낸다.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전망대'(2005)는 안양예술공원의 백미로 꼽힌다. 똬리를 튼 뱀의 등을 탄 듯 뱅글뱅글 몇 바퀴 돌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한다. 삼성산의 등고선을 형상화했다는 전망대에 오르면 삼성산과 멀리 안양 도심까지 내려다보인다.

◆ 하루 18명에게만 허락한 서울대 관악수목원

서울대가 관리하는 관악수목원은 시민들의 여가를 위해 조성한 것이 아니다. 연구·교육 목적으로 설립했기에 일반 사람들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1967년 설치한 관악수목원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건 2016년 일이다. 안양시와 협의해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매월 21일에 다음달 예약 창이 열리는데, 금방 접수가 끝나버립니다. 경쟁률이 꽤 치열해요." 곽종일 산림치유지도사가 말했다. 종종 일반 등산객도 보였다. 삼성산(480m) 등 근처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이었다. 수목원이 삼성산 자락에 있다 보니 등산객 통행을 막을 수는 없다. 등산객은 수목원 쪽으로 하산만 가능하다. 벤치에 앉아 쉴 수도 없고 길만 이용할 수 있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2시간짜리다. 하루에 오전·오후 1팀씩 진행한다. 프로그램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2시이며 3명 이상이 신청할 때만 오전·오후 각각 9명 이하로 프로그램이 열린다. 제한된 구역 안에서 명상, 발 마사지, 족욕, 맨발 걷기, 간단한 놀이를 하면서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갖는다.

1100여 종의 목본과 초본을 보유한 서울대 관악수목원 전체 면적은 1500만㎡(약 454만평), 그중 25만㎡(약 7만6000평)가 전시 면적으로 수목원 내 산책길만 3㎞다. 워낙 넓어 숲 구석구석을 보는 건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 목적 역시 숲 구경이 아닌 산림 치유이기 때문에 해설사와 동행해 제한된 구간에서만 체험을 진행한다. 1~2m 거리를 두고 진달래길을 따라 걷고, 잔디밭에 모여 스트레칭과 명상으로 긴장을 풀어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수목원 안에는 목공 체험장도 있다. 안양시에서 무료로 목공 체험을 진행한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신청하면 목공 체험만 할 수 있다. 지난 9월 주제는 다용도 꽂이, 트레이 만들기였다. 장병연 목공예지도사의 설명을 듣고 차례차례 따라 하다 보면 초보자도 손쉽게 완성할 수 있다. 2시간 동안 진행하며 무료다.

[안양/홍지연 여행+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