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니 비로소 만났다, 싱가포르의 일상

홍지연 여행+ 기자 2022. 11. 6.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지갯빛 창문 달린 경찰서·500년 軍주둔 역사 품은 공원…
차임스. 【사진 제공=싱가포르관광청】

싱가포르는 팔방미인 여행지다. 활기찬 도심과 한갓진 휴양지가 공존하는 싱가포르에서는 밤낮으로 두 눈으로 보고 즐길 것이 한가득하다. 올겨울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준비한다면 싱가포르를 우선순위에 두자. 밤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감상하고 낮에는 싱그러운 공원으로 산책에 나선다. 낮과 밤, 두 얼굴의 싱가포르를 즐기면서 나만의 여행 취향을 발견해보자.

포트 캐닝 파크.

◆ 낮에 더 빛나는 싱가포르 핫스폿

아침시간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더 알찬 싱가포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해가 떠오르기 전 싱그러운 싱가포르의 아침을 맞이하기 좋은 숨겨진 명소는 포트캐닝공원(Fort Canning Park)이다. 마리나베이샌즈부터 아트사이언스박물관 등 주요 볼거리가 모여있는 베이프런트와 4~5㎞ 떨어진 언덕 위에 조성된 포트캐닝공원은 과거 싱가포르의 중심지였다.

포트캐닝공원은 본래 군사 요새였다. 말레이 왕족이 싱가포르를 통치하던 14세기 때 처음 만들어졌다. 싱가포르 내 유일한 산에 진지를 마련하고 모여 멀리서 쳐들어오는 적을 감시했다. 19세기 들어오면서 포트캐닝공원은 싱가포르 행정 중심지로 거듭났다. 1822년 당시 싱가포르 부총독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 경 관저가 이곳에 자리하면서 행정 중심지로 기능을 했다.

이후 포트캐닝공원이 군사적 요새로 다시금 역할을 한 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이다. 지금은 조경이 멋진 공원으로 변신해 국립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시설을 품고 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아침 운동 장소로 유명하다. 본래 군사시설로 개발된 터라 산책로에 경사도가 있는 편이다. 주차장 A구역에서 시작해 힐스트리트 방면으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내리막을 따라 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포트캐닝공원을 빠져나온 길은 자연스레 힐스트리트로 이어진다. 과거 싱가포르 중심지였던 힐스트리트에는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다. 올드 힐스트리트 경찰서도 그중 하나다. 1934년 처음 세워진 올드 힐스트리트 경찰서는 1998년 싱가포르 국립 기념물로 지정됐다. 현재 싱가포르 정보통신부가 들어선 이곳은 일명 싱가포르 '색감 맛집'으로 불린다. 네오클래식 양식으로 건설된 올드 힐스트리트 경찰서는 웅장하고 고풍스럽다. 거대한 건물 외부에는 900개가 넘는 창문이 있다. 평범한 옛 건물이 색감 맛집으로 재탄생한 건 알록달록 무지갯빛으로 칠한 창틀 덕분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1852년대로 가보자. 올드 힐스트리트 경찰서에서 큰길을 따라 700m만 가면 과거 수녀원과 예배당을 리모델링한 복합몰 차임스가 나온다. 1996년 복원을 시작해 상업시설로 재개발된 차임스에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캐주얼 펍, 카페 등 식음업장부터 뮤지컬 공연장, 연회장 등 엔터테인먼트센터가 모여 있다.

멀라이언 파크(Merlion Park) 야경.

◆ 낮보다 아름다운 싱가포르의 밤

싱가포르 야경 중심지는 마리나베이 워터프런트다. 마천루 빌딩 숲을 배경으로 가든스바이더 베이~마리나베이샌즈~멀라이언파크 등 대표 야경 명소들이 이어진다. 싱가포르 야경 순례는 어디서 시작하든 상관없지만 도심에서 가장 먼 가든스바이더 베이를 출발지로 삼는 것을 추천한다.

올해로 가든스바이더 베이가 개장한 지 10년이 됐다. 2012년 문을 열자마자 싱가포르 명소로 등극한 가든스바이더 베이는 여전히 반짝이고 신비로운 모습이다. 전체 면적 101㏊(101만㎡)에 달하는 가든스바이더 베이는 크게 베이사우스가든, 베이이스트가든, 베이센트럴가든으로 나뉜다. 밤 시간과 낮 시간 둘 중 하나만 택해 가든스바이더 베이를 방문해야 한다면 무조건 야간을 추천한다. 시설물 한두 가지만 빼놓고는 야간에도 입장이 가능하다.

슈퍼트리 그로브에서 열리는 라이팅 쇼 '가든 랩소디'는 가든스바이더 베이의 밤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매일 오후 7시 45분과 8시 45분부터 15분씩 누구나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라이팅 쇼는 다양한 테마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12월 1일까지는 동심을 자극하는 '판타지 세계', 12월 2일부터 이듬해 1월 2일까지는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 '크리스마스 스페셜'을 테마로 라이팅 쇼가 펼쳐진다.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명곡들을 라이팅 쇼에 사용한다. 우주 속 다른 행성에나 있을 법하게 생긴 슈퍼트리는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신비롭다. 리듬에 맞춰 조명까지 깜박이면 마치 나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가든스바이더 베이에서 도보로 이어지는 마리나베이샌즈를 통과하면 사진으로 숱하게 보던 싱가포르 대표 야경 장면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마리나베이샌즈부터 싱가포르의 상징 멀라이언상이 있는 공원(멀라이언파크)까지 해안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마리나베이샌즈부터 멀라이언파크까지는 도보로 약 2㎞ 떨어져 있다.

싱가포르의 밤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건 현지인과 여행객이 일상을 공유하는 풍경 덕분이다. 편한 복장으로 가든 랩소디를 감상하거나 일과를 마치고 해안 산책로를 달리는 현지인들 틈바구니에 섞여 잠시나마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