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휘날린 이즈모에 소양함 ‘경례’…일 언론 “관계 개선” 전망

김소연 2022. 11. 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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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년 만에 국제관함식 개최
긴박한 한반도 정세 속 12개국 참가
한국, 논란 의식한 듯 군수지원함 파견
7년 만에 일본 관함식에 참석한 한국은 12개국 가운데 아홉번째 순서로 항해했다. 한국 군수지원함 소양함 모습. 해상자위대 유튜브 갈무리

6일 오전 11시40분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20년 만에 열린 국제관함식에서 한국의 최신예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천t급)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탑승한 경항모 ‘이즈모’ 앞에 도착했다. 나팔 소리 뒤 ‘경례’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자, 이즈모를 바라보고 서 있던 한국의 젊은 수병들이 거수경례를 했다. 기시다 총리는 가슴에 손을 올려 답례했다.

이즈모엔 러일전쟁(1904~1905)과 2차 세계대전(1941~1945) 등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의 최전선에 나섰던 일본 해군 함정에 달린 것과 똑같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옛 군국주의 시대 일본 해군의 깃발이었던 ‘욱일기’는 지금도 그 모양 그대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깃발로 사용되고 있다.

7년 만에 일본 관함식에 참석한 한국은 12개국 가운데 아홉번째 순서로 항해했다. 한국 정부는 ‘욱일기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전투 함정 대신 군수지원함을 보냈다. 앞서 해군은 2002년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2015년엔 구축함 대조영함을 파견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년 만에 한국 함정이 참여하면서 일-한 방위당국의 관계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12개국 18척의 함정에 탄 외국 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자 ‘이즈모’에 타고 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가슴에 손을 올려 답례를 했다. 해상자위대 유튜브 갈무리

관함식은 군 통수권자가 함대와 장병을 사열하는 의식이다. 일본 관함식은 통상 3년에 한번 열리는데, 군의 큰 행사에 맞춰 국제관함식 형태로도 진행된다. 이번 관함식은 2002년에 이어 20년 만에 열린 국제관함식이다. 중국의 부상에 맞선 서구 사회의 단합을 과시하는 듯 12개국 18척의 함정이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특히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준동맹’으로 지위가 격상된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미국은 함정 1척과 항공기 5기, 오스트레일리아는 함정 3척에 잠수함 1척을 보냈다.

주최국 일본도 이날 해상자위대의 호위함·보급함·수송함 등 함정 20척과 잠수함 3척을 차례로 등장시키는 등 군사력을 한껏 과시했다. 이즈모를 중심으로 상공에선 일본이 자랑하는 대잠초계기 P-1을 선두로 대잠헬기 SH-60K, 주력 초계기 P-3C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F-2, F-15J, F-35 등 전투기도 선보였다.

이날 행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이 2017년 12월 이후 약 5년 만에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전략 폭격기 B-1B ‘랜서’를 한반도에 투입한 다음날 열렸다. 자연스레 북한에 맞서 한·미·일 등 14개국이 결집하는 모양새가 됐다. 기시다 총리 역시 그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이즈모 함상에서 북한을 겨냥해 “올 들어 높은 빈도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포함해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방위성에선 미사일 추가 발사 등 북한 반응에 경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6일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20년 만에 국제관함식을 개최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선 서구 사회의 단합을 과시하는 듯 12개국 18척의 함정이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A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가 이어 암시한 것은 중국의 위협이었다. 그는 “동·남중국해를 포함해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 무력에 의한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등을 책정하고 방위력을 5년 이내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반격능력’(적기지 공격능력)을 갖고 방위비(국방예산)를 증액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날 관함식의 기함 역할을 한 이즈모는 함재기 F-35B를 싣고 앞으로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서게 된다. 이날 행사는 해상자위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관함식 행사에 이어 6~7일에는 간토 남쪽 지역에서 조난·화재 선박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수색·구조를 위한 훈련(SAREX)이 열린다. 7~8일에는 요코하마에서 제18회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이 예정돼 있다. 심포지엄에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 참석한다. 이날은 관함식엔 불참한 중국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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