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일상화’ 직면한 세계, 전쟁과 경제난 속에 열리는 COP27
197개국 대표단 참석 18일 폐막 예정
의장 “손실과 피해 논의 제도적 공간 마련”
전쟁과 경제난 속에서도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맞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6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197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80여 개국 정상과 국가 수반급 인사가 참석한다. 최근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도 대표단과 함께 이번 회의에 참석할 것을 시사했다. 한국에서는 나경원 기후환경 대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집트 당국은 환경·기후 관련 시민단체, 기업인, 언론인 등까지 합쳐 4만여명이 이번 COP27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 재난’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지구촌을 휩쓴 해에 열리는 회의인 만큼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는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OP27 의장인 사메흐 수크리 이집트 외교부 장관은 개막식 연설에서 각국 대표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빈국들이 겪는 고통을 부국들이 보상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의키로 합의했다면서 “이는 현존하는 격차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합의, 손실과 피해에 대한 대응이라는 긴급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제도적이고 안정적인 공간을 COP와 파리협약에서 처음으로 창출했다”고 말했다.
손실은 인명, 생계, 문화 등의 상실, 피해는 사회 기반시설, 생태계 등의 상실을 뜻한다. 개도국은 선진국이 산업화 시기부터 막대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내뿜으면서 기후변화를 초래했고, 그에 따른 피해는 기후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에 집중됐기 때문에 ‘손실과 피해’를 정식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진국들은 지난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COP16에서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41조원)를 공여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실제 공여 이행률은 80% 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도국들은 나아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애초 약속한 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기후기금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에너지난이 야기된 가운데 장기 경기 침체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세계 각국이 기후기금을 늘리자는 주장에 동의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점검도 주요 의제다. 지구 온도 상승을 2015년 파리협정에서 채택한 목표치인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각국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검토하고, 지난해 COP26에서 채택한 글래스고 기후 조약 이행 여부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온실가스 저감 약속 이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COP26에서 193개국은 기후 행동 계획을 강화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24개국만 NDC 상향안을 제출했다. 또 주요국들이 선탁 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약속했지만 세계 석탄 발전량은 지난 1년 동안 오히려 1% 늘었다고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는 추산했다.
UNFCCC는 지난 26일 보고서에서 각국이 현재 계획대로만 간다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2.1~2.9도 상승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5도가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면서 “인류가 최악의 기후 위기 영향을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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