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한국물 급락... 경색 막기 위해 회사채 발행주기 조정

연지안 2022. 11.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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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잇단 시장점검회의...추가 지원책 논의
보험사 조기상환 불발에 한국물 거래 끊기고 가격급락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5만 원 권 지폐들을 정리하는 모습. 2022.11.1 hkmpooh@yna.co.kr

[파이낸셜뉴스]금융당국이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회사채 발행 주기를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절한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 대상은 확대하고 비우량 회사채 지원도 추진한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채권시장이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데 이어 흥국생명, DB생명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중도 상환) 행사 연기를 결정하면서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이 보다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안펀드 대상 늘리고 비우량채 지원 추진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 보험, 카드, 캐피탈사 등과 연쇄적으로 시장 점검 회의를 열어 회사채 등 채권 발행 계획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조절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정부가 발표한 자금시장 지원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장 큰 효과를 낸 것은 회사채 발행주기를 분산한 것"이라며 "한꺼번에 회사채 발행이 이뤄져서 한쪽에서 다 가져가 버리면 나머지 채권 시장이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분산하는 작업을 했고 이후 우량등급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경색이 심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매입을 개시했다. 채안펀드는 기본적으로 회사채와 일반 기업어음(CP) 등 우량채가 지원 대상이지만 이번에는 단기 자금시장 불안 때문에 여전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포함됐다.

채안펀드는 본격적인 자금 집행을 위해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 3조원을 분할해 조성하는데 지난 4일에 5000억원 납부가 마무리됐으며 조만간 1조원, 1조5000억원으로 나눠 추가 조성된 뒤 집행된다. 이어 이번주 금융지주 회장들이 95조원 규모의 자금 시장 지원 방안을 밝힌 가운데 은행권이 한국전력에 2조~3조원 규모의 대출을 해줘 채권발행을 줄이게 하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한전의 대규모 채권발행으로 채권시장내 다른 기업의 채권이 구축되는 경색 현상이 가중돼온 만큼 한전의 자금조달 창구를 시중은행으로 전환함으로써 채권시장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도다.

이 밖에 대형 증권사 9개사는 자금 시장 지원에 따른 자율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500억원씩 450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제2의 채안펀드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흥국생명 여진 지속...외화채권시장 '한국물 급락'
금융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이후 외화채권 시장에서 외화표시채권(한국물·Korean Paper)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흥국생명의 액면가 100달러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4일 72.2달러로, 이달 1일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99.7달러)보다 30% 가까이 급락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3.4달러에서 이달 4일 52.4달러까지 떨어졌다. 내년 8월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96.6달러에서 이달 3일 88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7.5달러에서 4일 77.8로 하락했다.

이 같이 낮아진 가격에도 거래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이전부터 한국물에 대한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콜옵션 미행사 이후에는 시장 신뢰가 깨지면서 투매 수준의 물량만 거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정부 정책이 나오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갈 수 있지만, 글로벌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달러채권의 경우 한국의 정책으로 온기를 퍼뜨리기 어렵다"면서 "이런 상황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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