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비방글에 ‘좋아요’ 눌러도 명예훼손일까 / 정남구

정남구 2022. 11. 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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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부러 남을 비방하는 글을 써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피해자가 고소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블로그와 트위터에도 이토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다른 사람의 트위트에 열심히 '좋아요'를 눌렀다.

도쿄고등재판소는 스기타 의원이 트위터 팔로어가 11만명에 이르는 현역 의원이라 영향력이 크고, '좋아요'를 누른 횟수나 과거 언동에 비춰볼 때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의도를 가졌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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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비방글에 ‘좋아요’를 눌러도 명예훼손일까? 김재욱 화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부러 남을 비방하는 글을 써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피해자가 고소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해도 처벌받고, 거짓된 내용으로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이 더 무거워진다. 손해배상 책임도 진다. 그런데 그런 비방글에 ‘좋아요’를 눌러 동조한 사람도 처벌하거나 손해를 배상하게 할 수 있을까?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고등재판소는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가 자민당 소속 스기타 미오 중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55만엔(약 5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토는 스기타 의원이 2018년 6~7월 사이 자신을 비방하는 25개의 트위트에 ‘좋아요’를 누른 일로 소송을 냈다. 이 판결은 일본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좋아요’를 누른 일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방송국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이토는 2015년 4월 한 방송사 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5일 뒤 경찰에 고소했으나,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가해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토는 2017년 5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놓고 사건을 세상에 고발했다. 그러자 이런저런 비난이 쏟아졌다. 스기타 의원도 이에 가세해 2018년 3월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여자로서 분명히 잘못이 있다” “거짓말을 한다”고 공격했다. 블로그와 트위터에도 이토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다른 사람의 트위트에 열심히 ‘좋아요’를 눌렀다.

도쿄고등재판소는 스기타 의원이 트위터 팔로어가 11만명에 이르는 현역 의원이라 영향력이 크고, ‘좋아요’를 누른 횟수나 과거 언동에 비춰볼 때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의도를 가졌다’고 판단했다. 보통 사람이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요’를 누른 것과는 다르게 보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던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자민당 정권의 움직임은 정반대였다. 이번 사건과 별개로 여러 차례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스기타 의원은 지난 8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의해 총무 정무관(차관급)에 임명됐다.

재판이 시작된 뒤부터 2년가량 트위터에서 ‘좋아요’ 누르기를 중단해온 스기타 의원은 항소심 판결 이틀 뒤부터 다시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2심 판결에도 불복해 2일 최고재판소에 상고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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