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억해둬야 할 심폐소생술의 핵심 ‘위치’와 ‘깊이’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약 3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은 전국으로 전파를 탔다. 119 구급대원뿐만 아니라 시민도 응급조치를 도와 추가 사망을 막는 데 일조했다. 심장마비 등으로 심장이 멈춘 경우,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는 심각한 손상을 입어 위급한 상황에 이른다. 이를 막는 응급처치법이 심폐소생술이다. 혈액을 뇌로 가도록 심장을 압박하는 행위다.
심장이 멈추고 4분 후부터 뇌는 손상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심정지 환자의 생명은 최초 목격자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최초 목격자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어도 심폐소생술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연구팀이 2020년 심정지 환자 8654명(2016년 질병관리청 조사자료)의 생존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있다. 심정지 환자가 병원 밖에서 생존할 확률은 약 19%다. 그러나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생존율이 46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일반인과 의료인의 행위에 따른 생존율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일반인이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할 행동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환자를 발견한 곳이 도로변 또는 물가라면 2차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후에는 환자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환자에게 "괜찮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물어본다. 또 양어깨를 손바닥으로 세게 두드리거나 손끝으로 쇄골 부위를 꼬집듯이 잡아서 환자의 의식을 확인한다. 환자의 목뼈나 허리뼈가 다쳤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환자의 호흡이 정상이라면 관찰하면서 119를 기다리면 되지만,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이고 의식이 없다면 주변인 중 두 사람을 지목한다. 한 사람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찾아와 달라고 한다. 이때 손가락으로 그 사람을 가리키고 눈을 맞추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빨간 셔츠 입으신 분!" 등으로 확실하게 지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방관자 효과로 인해 책임감이 분산돼 아무도 행동하지 않게 된다.
위치와 깊이가 부정확하면 생존율 낮아져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했을 때 환자의 생존율은 2020년 기준 11.9%다. 생각보다 낮은 이유는 심폐소생술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2491건을 분석한 결과, 6%만이 정확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 가슴을 압박하는 손의 위치가 정확하고, 분당 압박 횟수가 최소 100회이며, 압박 깊이는 최소 5cm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정확한 심폐소생술로 분류된다.
정확한 심폐소생술을 위해 일반인이 기억해둘 점은 위치와 깊이다. 심폐소생술을 할 위치는 양 젖꼭지를 잇는 가상의 선의 중앙 부위다. 가능하면 환자의 상의를 벗겨 정확한 위치를 찾아야 한다. 범진호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폐소생술을 할 위치는 명치에서 손가락 2마디 위의 부위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에서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아 일반인에게는 환자의 양쪽 젖꼭지의 가운데 부위를 압박하라고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가슴 압박 깊이는 5~6cm가 이상적이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으면 이 깊이를 체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해야 이 정도 깊이가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압박 자세가 중요하다. 누워 있는 환자의 어깨 위치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겹쳐 깍지를 끼고 압박할 부위에 손바닥의 아랫부분을 댄다. 양팔을 쭉 편 상태가 환자의 몸과 수직이 되도록 한 후 강하게 압박한다.
이처럼 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하면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간이 파열되는 경우도 있다. 범진호 교수는 "그렇더라도 심폐소생술은 생명을 살리는 행위니만큼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더 떨어지고 그만큼 사망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20년 기준 26.4%로 스웨덴(77%)·미국(41%)·일본(31%)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의료인은 '가슴 압박 30회·인공호흡 2회'를 반복한다. 인공호흡은 손의 엄지와 검지로 환자의 코를 잡아서 막고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완전히 막은 뒤에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1~2초 동안 서서히 숨을 불어넣는 행위다. 범진호 교수는 "일반인은 인공호흡법을 잘 모르거나,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일반인은 인공호흡을 하지 않고 가슴 압박만 해도 된다"고 말했다.
119 도착 때까지 심폐소생술 멈추지 말아야
언제까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까. 119가 도착할 때 또는 환자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다. 그 전에 심폐소생술을 중단하면 환자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 1분당 100~200회 속도로 심장을 강하게 압박하면 한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힘들다. 가능하면 2분마다 교대하고, 교대할 때도 심폐소생술이 10초 이상 중단되지 않도록 신속히 해야 한다.
119가 도착하기 전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이 기계를 사용한다. 자동심장충격기는 멈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기계다. 공공시설의 벽이나 기둥에 비치된 붉은색 상자에 '자동제세동기' 또는 'AED' 등으로 적혀 있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일반인이 사용하기 쉽도록 제작돼 있다. 전원을 켤 때 나오는 안내 음성에 따라 패드 2개를 환자에게 붙이면 된다. 패드 자체에도 위치가 그림으로 표시돼 있다. 환자의 상의를 벗긴 후 오른쪽 쇄골 아래 부위와 왼쪽 젖꼭지 아래 겨드랑이 부위에 각각 1개씩 붙인다.
패드를 붙이고 그 선을 기계에 연결한 후 모든 주변인은 환자에게서 떨어진다. 이후 기계에 있는 분석 버튼을 누르면 심장 리듬 분석 중이라는 음성이 나온다. 기계에서 심장 충격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충전이 완료되면 충격 버튼이 깜박이는데, 다시 한번 주변인이 환자에게 닿지 않도록 떨어진 후 충격 버튼을 누른다. 전기 충격이 끝나면 심폐소생술을 계속한다.
평소 이와 같은 심폐소생술이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숙지해 두면 위급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홈페이지(www.kacpr.org)에서 일반인을 위한 심폐소생술 교육 프로그램을 찾거나, 지자체 또는 지역 보건소 등이 진행하는 교육 일정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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