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서 만난 바이든-오바마-트럼프, 막판 총력전 가세

이본영 2022. 11. 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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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사흘 앞두고 펜실베이니아 주말 유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5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중간선거 유세에서 상원의원 후보 존 페터먼(맨 왼쪽)과 주지사 후보 조시 셔피로와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전·현직 대통령 3명이 중간선거를 사흘 앞둔 5일 동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를 누볐다. 이곳 의석 하나가 상원 다수당을 결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미국 정치의 ‘세 거두’가 막판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이날 유세 총력전의 포문을 열었다. 존 페터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에 이어 연단에 올라 “피츠버그, 난 당신들에게 투표하라고 요청하려 여기에 왔다”며 “더 공정하고, 더 평등하고, 더 정의롭고, 더 자유로운 나라를 위해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인기 건강 토크쇼를 진행한 의사 출신인 공화당 후보 메멧 오즈를 겨냥해 “돈을 벌려고 가짜 약을 파는 사람은 아마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도 가짜 약을 팔 것”이라고 했다. 오즈가 효과가 검증되지 않거나 몸에 해로운 의약품을 선전했다는 논란을 끄집어낸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청중의 열렬한 반응이 백악관을 떠난 지 6년이 돼가는 그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후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자신의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랑데부 유세’를 펼쳤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페터먼, 주지사 후보 조시 셔피로와 맞잡은 손을 들어 보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 역사적인 대통령”이라고 추어올렸고, 평소 연설 습관대로 소매를 걷어붙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좋은 뉴스는 여러분이 지금 백악관에 걸출한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공화당을 비판하며 투표를 독려하려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바이든을 탄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난 대통령일 때 중간선거에서 엉덩이를 걷어차였다”며 “중간선거는 장난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대통령이던 때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63석이나 뺏기며 하원을 내줬고, 2014년 중간선거 땐 상원 다수당 지위마저 뺏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 펜실베이니아주 러트로브에서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러트로브/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오바마 케어’(오바마 전 대통령 때 한 의료보험 개혁)를 비롯한 사회보장 정책들을 끝장내려고 할 것이라며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 소리가 매우 커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차 방문한 펜실베이니아 도시) 러트로브에서도 들릴 것 같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말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녀간 피츠버그와 가까운 러트로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및 주지사 후보를 위해 유세했다. 그는 “이 나라가 파괴되는 것을 멈추고 아메리칸드림을 구하려면 화요일(중간선거일인 8일)에 거대한 붉은색(공화당 상징색) 물결 속에서 공화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세 전·현직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둔 주말에 펜실베이니아로 출동한 것은 이곳 의석 하나가 상원 다수당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원 의석은 지금 50 대 50으로 반분돼 있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선거는 은퇴하는 공화당 의원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곳을 차지하면 다른 곳에서 의석 하나를 잃어도 상원 지배권을 지킬 수 있다. 공화당은 이곳에서 이기면 다수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당 모두에 사활이 걸려 있는 셈이다.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승부는 2024년 대선 재대결 가능성이 나오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승패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2016년 대선 때는 0.72%포인트 차이로 승리했지만, 2020년엔 1.17%포인트 뒤졌다. 2024년에도 이곳이 대선 승부를 가르는 중요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인지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은 유세에서 “난 필리(필라델피아의 애칭)의 딸 질 바이든의 남편”이라며 처가 쪽 인연도 내세웠다. 질 바이든은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중간선거의 전체 판세는 종반으로 갈수록 공화당에 유리해지고 있다. 하원은 공화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넉넉히 앞서며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초박빙이라던 상원도 공화당이 우위를 보이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상원 선거 시뮬레이션에서 민주당은 지난달 말부터 공화당에 뒤지기 시작했다. 5일 현재 민주당은 45%, 공화당은 55%의 승리 확률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원은 16% 대 84%로 일방적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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