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5년 만에 WS 정상 복귀...'사인훔치기 우승 오명'도 씻었다

이석무 2022. 11. 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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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두 번째 월드시리즈(WS) 정상에 등극했다. 첫 WS 우승 당시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얼룩졌던 영예를 이번에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당당히 거머쥐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인 휴스턴은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WS 6차전에서 내셔널리그 우승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4-1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한 휴스턴은 2017년 창단 첫 WS 우승 이후 5년 만에 다시 W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7년 우승 당시 전자기기를 이용해 상대 팀 사인을 훔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큰 파문을 일으켰던 휴스턴은 이번 우승으로 당시 얼룩졌던 팀의 명예를 회복했다. 2019년과 2021년 WS에서 쓴맛을 봤던 아쉬움도 날려버렸다.

아울러 안방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휴스턴은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이후 9년 만에 홈구장에서 우승 축포를 터트리는 기쁨을 맛봤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한 명인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무관의 한’을 풀었다. 73세 나이에 첫 WS 우승을 차지하는 새 역사를 썼다.

199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빅리그 감독으로 활약 중인 베이커 감독은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유독 WS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번 WS 전까지 통산 2000승을 넘긴 12명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 반지가 없었다.

2002년 샌프란시스코와 2021년 휴스턴에서 두 차례 WS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베이커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다. 동시에 베이커 감독은 시토 개스턴(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데이브 로버츠(2020년 LA 다저스)에 이어 역대 3번째로 WS 우승을 이룬 흑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WS 정상 복귀를 꿈꿨던 필라델피아는 아쉽게 쓴맛을 봐야 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포스트시즌에 간신히 턱걸이 한 필라델피아는 와일드카드 시리즈, 디비전시리즈, 리그챔피언십시리즈를 잇달아 통과하는 ‘언더독 돌풍’을 일으켰다.

WS에서도 정규시즌에서 자신들보다 19승이나 더 거둔 휴스턴을 상대로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믿었던 타선이 4차전 이후 가라앉으면서 내리 3연패를 당해 끝내 무릎을 꿇었다.

경기는 양 팀 선발투수 프람베르 발데스(휴스턴)과 잭 윌러(필라델피아)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두 투수의 호투가 빛나면서 5회까지 0의 균형이 이어졌다.

먼저 점수를 뽑은 쪽은 필라델피아였다. 필라델피아는 6회초 1번 타자 카일 슈워버가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려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곧바로 6회말 공격에서 대거 4점을 뽑아 승부를 뒤집었다.

휴스턴은 선두타자 마르틴 말도나도의 몸에 맞는 공과 제레미 페냐의 중전안타로 1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 요르단 알바레스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37홈런을 때렸지만 이번 WS에선 극심한 부진에서 허덕이는 중이었다. 5차전까지 홈런 없이 타율 .105(19타수 2안타), 3타점에 그쳤다.

필라델피아는 좌타자 알바레스를 상대하기 위해 왼손 강속구 투수 호세 알바라도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알바레스는 알바라도의 98.9마일(약 159km) 낮은 싱커를 걷어올려 가운데 외야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3-1로 경기를 뒤집은 휴스턴은 다시 2사 2루 기회를 잡은 뒤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투수 세란토니 도밍게스로부터 좌전 적시타를 빼앗아 4-1로 점수 차를 벌렸다.

휴스턴이 자랑하는 막강 불펜진은 3점 차 리드를 지키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선발 발데스가 6이닝 2피안타(1홈런) 9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역투한 가운데 7회 헥터 네리스, 8회 브리얀 아브레우에 이어 9회 라이언 프레슬리가 각각 1이닝씩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휴스턴 신인 유격수 페냐는 신인 야수 최초로 W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페냐는 WS 6경기에서 타율 25타수 10안타 타율 .400 맹타를 휘둘렀다. 5차전에서 신인 유격수로는 사상 최초로 WS 무대에서 홈런을 때리는 등 휴스턴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타율 .353(17타수 6안타), 4타점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페냐는 MVP 트로피를 2개나 차지하며 가을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신인 선수가 챔피언십시리즈와 WS MVP를 같은 시즌에 석권한 건 1997년 투수 리반 에르난데스(플로리다 말린스) 이후 25년 만이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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