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시 ‘캠핑장 취침’ 경찰청장에 직무유기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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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이태원 참사 당시 캠핑장에서 잠들어 있었던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판례의 태도에 비춰봤을 때 직무유기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수사 초기인 만큼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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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최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이태원 참사 당시 캠핑장에서 잠들어 있었던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판례의 태도에 비춰봤을 때 직무유기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수사 초기인 만큼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무유기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때 성립하는 범죄다. ‘직무를 유기한다’는 게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가 쟁점인데, 대법원은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엄격하게 해석해왔다. 즉 공무원이 업무를 게으르게 한 차원을 넘어 사실상 업무를 포기한 수준이어야 직무유기죄로 볼 수 있다는 게 판례의 태도다.
이 때문에 대형사건이 벌어졌을 때 책임자 지위에 있는 공무원이 직무유기 혐의로 종종 기소됐지만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가 관할 해역에 들어온 것 자체를 몰랐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을 때도 대법원은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다. 센터 요원들이 불성실하게 직무수행을 한 건 맞지만, 직무유기죄 성립 요건인 ‘의식적인 직무 포기’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심각성을 축소 보고해 환란을 초래한 혐의(직무유기)로 기소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데에도 정책 실패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엄격한 태도가 작용했다. 한 부장판사는 “업무 범위가 넓은 최상급 지휘책임자에게 직무유기가 인정된 사례가 별로 없다. 징계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수사 초기 단계라 직무유기 적용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 형사부 판사는 “직무유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한 것은 맞지만, 아직 수사로 밝혀진 부분이 많지 않아 그간의 판례에 기초해 ‘(직무유기) 맞다, 아니다’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사회적 이목이 큰 사건인 만큼 새로운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형사책임만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의 전부가 아니므로 여기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는 “형사처벌의 범위는 생각보다 폭넓지 않을 수 있다. 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으로 (징계 여부를) 논의한 뒤 묵과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이라고 하면 형사책임을 따져볼 수 있는 것”이라며 “형사책임 여부만을 (책임 유무의) 기준으로 접근하는 건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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